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늦게 난데없는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계엄 선포 후 경찰 기동대는 국회 정문 출입을 막기 위해 2열 횡대로 늘어섰다. 경내에 진입하고자 하는 국회 직원들은 가로막힌 국회 정문 앞에서 들여보내달라고 소리를 질러야 했다. 들어가려는 인원과 막아서는 경찰이 뒤엉켜 1시간 넘게 실랑이가 벌어졌다. 경찰은 대치 끝에 국회의원이나 보좌진만을 제한적으로 들여보내 주다 다시금 모든 인원을 통제하기를 반복했다. 일부 직원은 "내 일터로 돌아가야 한다"며 경찰을 마구 밀쳤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경찰이 진입을 통제하고 있다. 공병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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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동서남북으로 나 있는 출입구 앞에는 모두 경찰 버스가 가로로 주차돼있었다. 출입구들 사이에 놓인 울타리 앞에도 10여m 간격으로 경찰 인력이 빼곡히 배치돼 있었다. 빈틈을 노린 '월담'도 펼쳐졌다. 유튜브 생방송을 켠 채 의원회관으로 이동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재빠르게 검정 울타리를 넘어섰다. 오후 11시가 조금 넘은 시점 본지 기자도 국회 3문 옆쪽으로 담을 넘어 진입할 수 있었다. 국회 보좌진으로 보이는 한 사람이 달려와 "도와드리겠다"며 다리를 밀어 올려준 끝에 가능했던 일이다.
박안수 육군 대장을 계엄사령관으로 한 계엄사령부는 포고령을 내렸다. 대한민국의 비상계엄은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직후 이뤄진 비상계엄 이래로 45년 만에 선포됐다. 계엄사령부는 오후 11시를 기해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하고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령부의 통제를 받도록 한다고 알렸다. 포고령 위반자에 대해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고도 했다. 포고 배경으로는 "자유대한민국 내부에 암약하고 있는 반국가세력의 체제전복 위협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함"이라고 적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계엄군이 국회 본청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김현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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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들이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하기 위해 국회 본관 본회의장에 속속 모이던 오후 11시 45분, 국회 상공에서는 거친 헬기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국회에 공수부대가 투입된 것이다. 계엄 지시를 이행하는 여단으로 '최정예' 제1공수특전여단을 비롯해 제9공수특전여단·707특수임무단이 투입됐다. 이들은 기관총 등으로 무장한 채 본관으로 향했다. 본관 입구 근처에서 대기하던 보좌진들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책상·의자·쓰레기통 등 잡히는 대로 기물을 가져와 입구를 막기 시작했다.
4일 자정을 전후로 본관 가까이 들이닥친 계엄군을 국회 보좌진이 막아서며 육탄전이 시작됐다. 보좌진은 헬멧을 쓰고 총을 두른 군인들을 맨몸으로 밀어내며 본회의장을 방어했다. 긴장이 높아진 국회 본회의장 내에서도 다급한 목소리가 나왔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원래 계엄 선포 시 (대통령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하는데 (하지 않았다)"며 국회는 절차를 지키겠다고 알렸다. 이에 일부 의원들은 "빨리해야지!"·"아니, 왜 안 해요!"·"보좌진들이 싸우고 있다고!"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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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회의 개회 초읽기에 들어간 4일 0시39분에는 계엄군이 본관 2층 국민의힘 대표실 유리창을 깨고 진입해 본관 안에 무장한 군인들이 들이닥쳤다. 본회의장 쪽에서도 '쿵쿵'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착석해 있던 의원들은 "여기에도 군인이 오는 것 아니냐"고 읊조리며 불안감을 표하기도 했다. 결국 오전 1시를 즈음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무사히 상정됐고 참석한 의원 190명 전원 찬성으로 결의안이 통과됐다.
국회를 통과한 결의안은 국무회의에서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대통령실과 국무총리실은 '새벽 시간이라 정족수 맞추기가 힘들다'는 취지로 변명하며 2시간30분여 시간을 끌었다. 지체되는 동안 의원들은 본회의장을 떠나지 않고 '밤샘 대기'를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오전 5시가 다 돼서야 국회에 "오전 4시 30분에 국무회의에서 결의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4일 새벽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요구 결의안이 가결된 후 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지키며 밤샘 대기를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3일 밤 긴급 성명을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김현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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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는 입을 모아 윤 대통령 계엄 선포에 위법적 요소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계엄 해제가 선포된 직후 "오늘의 참담한 상황에 대해 송구하다"며 "대통령이 직접 소상히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르면 이날 중 국회에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미치광이 대통령을 막지 못한 대통령실이 반국가세력"이라고 맹비난했다.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최영찬 기자 elach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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