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관료 탄핵·예산 감액으로 국정 마비·국가 기능 훼손됐다"
당일 오전에도 정상외교 펼쳐…선포 사유 두고 의문 쏟아져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특별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대통령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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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이헌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6시간 만인 4일 새벽 이를 해제했다.
대한민국에서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비상계엄이 선포됐는데 그 사유도 수긍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다수다. 국가적 위기도 아닌 상황에서 정치적 목적을 위한 결정이 아니었냐는 지적이다.
윤 대통령은 4일 오전 4시 20분 대국민담화를 통해 비상계엄 해제를 발표했다. 전날 오후 10시 20분쯤 계엄을 선포한 지 6시간 만이며, 이날 오전 1시 3분 국회에서 계엄해제 결의안을 가결한 지 3시간 여 만이다.
이번 비상계엄은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사망을 계기로 다음날 선포된 지 45년 만이다. 한밤 중 갑작스런 비상계엄 선포와 함께 포고령으로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지됐고, 국회의원들이 계엄 해제를 의결하기 위해 의원들이 국회에 모이자 군 병력을 투입해 청사 안까지 진입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1979년 당시는 전 사회적으로 전쟁의 여파가 남아있는 가운데 북한과의 극단적인 대치 상황에서 대통령 유고 사태로 국가 안보가 실질적인 위협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평가다. 반면 이번 윤 대통령의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사유가 온당치 않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한 대국민 특별담화에서 "국회는 우리 정부 출범 이후 22건의 정부 관료 탄핵 소추를 발의했으며, 지난 6월 22대 국회 출범 이후에도 10명 째 탄핵을 추진 중이다" "판사를 겁박하고 다수의 검사를 탄핵하는 등 사법 업무를 마비시키고 행안부 장관 탄핵, 방통위원장 탄핵, 감사원장 탄핵, 국방 장관 탄핵 시도 등으로 행정부마저 마비시키고 있다" "국가 예산 처리도 국가 본질 기능과 마약범죄 단속, 민생 치안 유지를 위한 모든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본질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마약 천국, 민생 치안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고 선포 사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판단대로 국정이 '마비' 상태인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일례로 그는 비상계엄 선포 당일 오전에도 용산 대통령실에서 키르기스스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지며 정상적인 외교 활동을 펼쳤다. 또한 행정을 관장하는 각 부처의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공무원들의 활동이 위축됐다는 정황은 전혀 없는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서울 여의도 국회에 무장한 계엄군이 진입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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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예산에 대한 윤 대통령의 판단도 너무 나갔다는 평가다. 여야의 극단 대립 속에 더불어민주당이 헌정 사상 처음으로 감액만 적용한 예산안을 상임위에서 통과하고 본회의에서 의결할 예정이긴 하지만 아직 여야가 협의할 시간은 남아 있는 상황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 예산안을 지난 2일 상정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10일까지 여야가 합의해줄 것을 요청했다. 설사 이 예산안이 그대로 통과된다 해도 이후 추경 등을 통해 필요한 곳에 필요한 재정을 투입할 수 있는 길은 열려있다.
윤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이 담화 속 '북한 공산 세력', '종북 반국가 세력'이 누구를 지칭하는지 정확한 설명이 없었다.
결국 국가 위기를 막기 위한 비상계엄이라기보다는 대통령의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결정이 아니었냐는 평가에 무게가 실린다. 바닥까지 추락한 지지율, 대통령 부부에 대해 제기되는 각종 의혹과 명태균 씨에 대한 검찰 기소, 그리고 이를 빌미로 거세지는 야당의 공세 등을 일거에 해소하기 위해 비상계엄이라는 극단적인 카드를 꺼내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전날 검찰은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명 씨와 김영선 전 의원 등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앞서 대통령 부부는 총선 당시 김 전 의원의 공천을 두고 명 씨와 얽혀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또한 이날 야당은 본회의에서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조상원 4차장검사,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의결할 예정이었다. 민주당은 최 원장은 대통령 집무실 및 관저 이전 의혹에 대한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3명의 검사는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는 이유로 탄핵을 추진 중이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해제를 발표하는 대국민담화에서 "거듭되는 탄핵과 입법 농단, 예산 농단으로 국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무도한 행위는 즉각 중지해 줄 것을 국회에 요청한다"고 밝혔다.
hone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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