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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르포] "선배라는 게 수치"…尹 모교 서울대 후배들 '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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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만 좀 하시죠' 곳곳 대자보
"계엄 선포는 철저한 정치적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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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해제된 4일 윤 대통령의 모교인 서울대학교에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대자보 붙었다. 서울대 학생들 윤 대통령을 두고 "수치"라며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이하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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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이윤경 기자·이하린 인턴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해제한 4일 서울대학교에는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대자보가 곳곳에 붙었다. 윤 대통령의 모교인 서울대 학생들은 "선배님 이제 그만하라", "수치다" 등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이날 오후 1시40분께 서울대 관악캠퍼스 중앙도서관 게시판에는 '선배님, 이제 그만 좀 하시죠'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어있었다. 서울대 재료공학부 학생이 붙인 것으로 윤 대통령의 퇴진 요구를 위한 공개서한을 모집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대자보는 비상계엄 선포 이전에 붙여진 것이다. 하지만 해당 학생은 계엄 선포 이후 대자보 내용을 '공개 서한 및 퇴진 집회 참가 제안'이라는 제목으로 변경했다. 이어 "간밤에 믿지 못할 사태가 발생했다"며 "전시·사변에 준하는 사태가 결코 아님에도 대한민국 권력구조의 맹점을 이용해 벌인 명백한 반헌법적, 반민주적 내란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다시는 헌법과 민주주의를 교란하는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며 "학우 여러분들께 릴레이 공개서한 뿐만 아니라 오는 7일에 열리는 총궐기 범국민대회와 이후 모든 퇴진 집회에 적극 참가할 것을 건의드린다"고 했다.

다른 게시판에는 '계엄 선포 반민주 폭거 시도한 윤석열은 퇴진하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대자보가 붙은 통로 앞에는 5~6명의 학생들이 발길을 멈추고 게시판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 학생은 휴대전화를 들고 대자보를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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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와 관련한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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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학과 24학번이라는 A(20) 씨는 "비상계엄 명령을 너무 가볍게 여기는 것 같다. 국민들이 나서서 탄핵을 외쳐야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후배로서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엔 "수치"라고 짧게 답했다.

같은 학과에 재학 중인 B(24) 씨는 "전쟁난 줄 알았다"며 "북한의 개입인 줄 알았는데 철저히 정치적 의도에 의한 것이지 않았냐"고 지적했다.

오후 2시께 찾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건물 앞은 전반적으로 한산하고 조용한 분위기였다. 로스쿨 옆에 위치한 사회과학대학 건물로 넘어가는 학생들 1~2명만 이따금 보였다. 기말고사 기간이라 대부분 학생들은 시험 공부에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학생들은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한목소리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로스쿨 2학년에 재학 중인 김모(26) 씨는 "동문으로 생각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한 나라의 수장으로서 생각하는게 크다"며 "어떤 근거를 갖고 대통령이 계엄 선포를 했는지 궁금하다. 주변 동기들도 충격적인 일이고 겪어보지 못한 일이라 당황한 게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C(25) 씨는 "동문이라고 생각 안 한다"며 "비상계엄은 위헌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헌법에 준하는 위급한 사태가 없어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또 애초에 국회 활동을 막을 수 없기에 국회에 못 들어가게 무력진압을 시도한 것조차 위헌이다"며 "이런 일이 21세기에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을 못했다"고 강조했다.

로스쿨에 재학 중인 20대 중반의 이모 씨 역시 "동문이라는 의의나 윤 대통령이 선배라는 동질감은 거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했을 때 당연히 매우 당황했다. 대통령이 예전부터 다양한 이유로 적절치 못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생각했다"며 "반드시 탄핵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했다.

bsom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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