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은 국회가 정부 관료들에 대해 잇단 탄핵을 추진하고 주요 예산을 삭감하는 등 행정을 마비시켜, 더이상 정상적인 국정 운영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국회는 즉시 본회의를 열어 참석의원 전원인 190명 찬성으로 계엄해제 요구안을 의결했다.
야당이 계엄 해제를 요구할 수 있는 국회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더불어민주당에 충격과 자극을 통해 선명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를 담은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를 반영하듯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전문을 통해 국회를 ‘범죄자 집단의 소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괴물’ 등으로 묘사했다. “지금까지 패악질을 일삼은 망국의 원흉, 반국가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국회의 즉각적인 대응으로 윤 대통령은 계엄령을 해제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당초 계엄령 선포는 국민의 공감을 얻기도 힘들었다. 대한민국 헌법 제77조에는 대통령이 전시, 사변 혹은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 공공의 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 계엄을 선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입법 폭주와 예산 삭감이 비상계엄의 근거가 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한때 국회 출입문은 폐쇄됐고, 계엄군이 국회 유리창을 깨고 진입하기도 했다. 또 계엄포고령을 선포해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활동을 금지했다. 전공의를 비롯해 파업 중이거나 의료인들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해야 하며 위반시에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고도 했다.
계엄 충격에 네이버 등 일부 인터넷 사이트가 마비됐고, 야간 금융시장도 출렁였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값은 한때 전날보다 28.7원 떨어진 1430원을 기록했고, 가상화폐도 급락했다.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자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이 참여하는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대목에서 우리가 가장 걱정하는 대목은 폭력 사태다. 계엄선포에 분노한 시민들이 광장으로 몰려들 경우 물리적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지금은 2024년이고 한국은 남미 등 제3세계에 속한 국가가 아니다. 한국은 세계 10대 경제강국이며 정권교체를 몇번씩이나 경험한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다. 이 나라의 광장을 다시 시민의 피로 물들이는 일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용납될 수 없다. 그것은 역사와 국가, 민족앞에 죄를 짓는 일이다. 야당과 대한민국 국민에도 호소한다. 지금은 국가적으로 비상하고도 위험한 시기이다. 이 시국을 현명하게, 국가의 존엄을 해치지 않고 벗어나려면 성숙한 시민의식이 요구된다. 당장 거리로 나가 분노를 폭발시키기 보다는 차분히 시시비비를 가릴 필요가 있다. 야당은 이 난국을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려 해서는 안된다. 선동적 언행을 최대한 자제하고 국가를 정상화시키는데 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 대한민국이 지금까지 오기까지 참으로 많은 간난신고가 있었다. 이 위대한 국가를 순간적인 충동과 분노로 과거로 되돌려서는 안된다. 당국과 국회, 그리고 국민의 이성과 냉정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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