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총리, 긴축예산 강행 나서자… 야권, 불신임안 발의 오늘 표결
통과땐 내각 즉시 총사퇴해야
野 “다음 차례는 마크롱” 경고
유로가치 급락… 유럽금융시장 출렁
투표에서 해산이 결정되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자리를 지키지만, 약 두 달 반 만에 새 총리를 임명하고 내각도 다시 꾸려야 한다. ‘저성장 고착화’와 곪을 대로 곪은 재정적자 문제로 어려움을 겪어 온 프랑스는 새로운 정치 위기까지 터지자 증시와 국채 가격도 출렁거렸다. 유럽에서 독일 다음으로 경제 규모가 큰 프랑스의 대형 악재에 유로화 가치도 하락했다.
● 총리, 재정법안 통과 강행하자 야권 맞불
바르니에 총리 “예산안, 의회 패싱”… 르펜 “불신임” 미셸 바르니에 프랑스 총리(위쪽 사진)가 2일 하원에 출석해 내년 예산안을 의회 표결 없이 통과시키기 위한 헌법 ‘제49조 3항’을 발동했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실권자인 마린 르펜 하원 원내대표는 이 계획에 반대하며 정부 불신임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4일로 예정된 투표에서 불신임안이 통과되면 바르니에 총리가 이끄는 현 행정부는 1962년 이후 불신임 투표로 축출되는 첫 행정부가 된다. 파리=AP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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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바르니에 프랑스 총리는 2일 하원에 출석해 내년도 예산안 가운데 핵심인 사회보장재정법안을 의회 표결 없이 통과시키기 위해 헌법 ‘제49조 3항’을 발동했다. 해당 법안 통과에 찬성할 의원이 577명 중 과반에 미치지 못하는 211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는 “프랑스 국민은 국가의 미래보다 사익을 우선시하는 우리를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것이 제가 헌법 49조 3항에 근거해 법안 전체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묻는 이유”라고 말했다. 사회보장재정법안을 통과시켜 예산안을 확정 지어야 하는 정부의 책임감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야당인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과 극우 국민연합(RN)은 즉각 정부 불신임안을 발의해 맞불을 놓았다. RN의 실권자인 마린 르펜 하원 원내대표는 “바르니에 총리가 1100만 유권자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으니 우리도 대응할 것”이라며 불신임안을 발의하고 이에 찬성하겠다고 밝혔다. NFP도 “불법적인 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해 불신임안을 발의했다”며 “바르니에 다음엔 마크롱 (대통령) 차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랑스 정부는 국가원수를 국민이 선출하는 대통령제의 특성을 지니면서 국가 원수와 정부 수반이 구별되고 국회가 정부를 불신임할 수 있는 의원내각제 특성이 혼합돼 있다. 불신임안은 하원 재적 의원의 과반수 찬성이 있으면 가결된다. 전체 의원 577명 가운데 현재 2석이 공석이라 가결 정족수는 288명이다. NFP와 RN 의석수만 합해도 가결 정족수를 넘어 4일 예정된 투표에서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 만약 불신임안이 통과되면 국가 원수인 마크롱 대통령은 자리를 유지할 수 있지만 내각은 즉각 총사퇴해야 한다.
● 저성장 고착화된 프랑스의 딜레마
이번 사태는 프랑스 정부가 2025년 예산안을 공개하며 200억 유로(약 29조 원)의 증세와 400억 유로의 지출 감축을 통해 늘어나는 재정 적자를 해결하려다가 발생했다. 프랑스의 지난해 재정적자는 1540억 유로(약 227조 원)에 달한다.
프랑스 경제성장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직후 등 일부 시기를 제외하면 2010년 이후 1% 전후에 머물렀다.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된 것이다. 경제 활력은 떨어지는데 국가 부채는 불어나며 재정 적자가 심각해지자, 결국 정부가 긴축에 나선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프랑스는 이미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에서 경제 산출량 대비 부채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라며 “바르니에 총리는 예산 600억 유로를 삭감하려는 인기 없는 과제를 떠맡았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하원 내 주요 정치 세력인 좌파 연합과 극우 진영은 소비자 구매력 감소, 사회적 불평등 심화, 기업 부담 증가 등을 이유로 긴축 기조의 정부 예산안을 반대했다. 세금 부담이 늘고 복지 혜택이 줄 것을 우려한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프랑스 여론조사기관 이포프에 따르면 응답자의 67%가 이번 예산안에 반대하고 있다.
경제 규모가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프랑스 정부의 정치적 위기에 유럽 금융시장도 불안해졌다. 2일 오후 4시 기준 유로화 환율은 1유로당 1.0470달러로 전 거래일에 비해 1.01% 급락했다.
프랑스 증시 대표지수인 CAC40도 3일엔 상승했지만 2일 장 초반에는 전 거래일 대비 1.2%까지 하락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 지수는 올 6월 초 마크롱 대통령이 조기 총선 실시를 전격 발표한 뒤 이미 10%가량 떨어진 상태다. 프랑스 국채 투자 수요도 위축되며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날 2.7bp(1bp=0.01%포인트) 상승한 2.923%까지 올랐다(가격은 하락)가 다음 날 2.9% 전후에서 횡보하고 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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