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尹 비상계엄’ 해제]
국회 앞 300명 몰려 “계엄 철폐, 독재 타도”
군부대 투입 소식에 군인 가족들 불안 떨기도
옛 전남도청 앞, 계엄 해제안 통과되자 “탄핵”
긴급뉴스 지켜보는 시민들 3일 오후 시민들이 서울의 한 버스 터미널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령 선포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 뉴스를 보고 있다. AP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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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 밤 전국에서는 계엄을 해제하라는 시민들의 요구가 들끓었다. 국회에서는 군 병력과 시민, 보좌진 사이에 충돌이 벌어졌고 대통령실 인근에서는 경찰이 시민들의 신분증을 확인하는 등 긴장감이 흘렀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의 최후 항쟁지였던 광주 옛 전남도청 앞에도 시민들이 모여 계엄 해제를 요구했다. 자정을 넘겨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이 통과되자 시민들의 구호는 “계엄 해제”에서 “대통령 탄핵”으로 바뀌었다.
● 국회에 무장 군인… 시민들 “계엄 해제하라” 구호
이날 계엄 소식이 전해진 뒤 서울 영등포구 국회 정문 앞에서는 안으로 밀고 들어가려는 시민, 국회의원 보좌진 등 인파와 이를 막으려는 경비 및 경찰이 충돌했다. 운집 인파는 오후 11시 40분경 150여 명에서 자정 이후 300여 명 규모로 늘었다. 스마트폰을 든 유튜버 20여 명도 몰려와 온라인 생방송을 진행하면서 시청자들에게 “국회로 총집결하셔야 합니다”, “국회로 와주세요. 실제 상황입니다”라고 소리쳤다.
국회 상공에는 오후 11시 50분경 헬기 3대가 굉음을 내며 날아온 뒤 경내에 착륙했고, 이후 추가로 헬기들이 날아오자 시민들이 상공을 보며 “헬기다!”라고 소리쳤다. ‘대한민국육군’이라고 적힌 군 버스가 도착하자 시민들이 “반란군이다”라고 외치며 차 앞을 막아섰다. 시민들의 구호는 처음에 “비상계엄 철폐하라”였다가 이후에는 “계엄 철폐, 독재 타도”로 바뀌었다. 국회 안에서는 총과 헬멧, 야간투시경으로 무장한 군인들이 출입문마다 지키고 섰다. 이를 본 국회 보좌진들이 “실탄이 들었냐”, “소속이 어딘가” 캐물었지만 답변은 없었다.
● “공수부대가 유리창 깨고 국회 진입”… 불안 확산
일부 지역에서는 계엄을 해제하라며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4일 0시를 넘긴 시간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5·18민주광장)에는 “비상계엄 해제”를 요구하는 시민들이 모였다. 시민 박모 씨(59)는 “5·18 당시 전두환 신군부의 비상계엄 해제를 요구하며 피를 흘렸다”며 “다시 비상계엄이라니 피가 거꾸로 솟는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앞에도 시민 40여 명이 모여들어 윤 대통령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대통령실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살고 있는 주민 이진수 씨(47)는 “집에 있자니 울분이 터지고 이대로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바로 뛰쳐나왔다”며 “비상계엄 선포할 상황도 아닌데 본인과 부인 때문에 선포한 거 아니냐”고 했다.
불안에 떠는 시민들도 있었다. 직장인 지모 씨(30)는 “서울 도심에서 탱크가 이동하고 있다는데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며 “방송을 보니 공수부대가 유리창을 깨고 국회에 진입하는데, 큰일이라도 생기는 건 아닌지 두렵다”고 말했다. 계엄령 선포로 인해 현역병 전역이 연기되자, 가족을 군대에 보낸 가족들은 우려했다. 직장인 임모 씨(32)는 “사촌 동생이 최전방에서 육군으로 복무 중인데 걱정이 된다”며 “연락도 되질 않는데, 출동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기 성남시 판교의 한 정보기술(IT) 기업에 재직 중인 이모 씨(29)는 “전원 출근령이 내려졌다”고 전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에는 “심장이 떨린다”, “서울의 봄인가요” 등의 글이 잇달아 올라왔고, X(옛 트위터)에는 환율 폭등 소식, 계엄사령부 포고령, 계엄 소식을 전하는 TV 뉴스 속보 화면 등이 쉴 새 없이 올라왔다.
● 시민단체 비판 성명 “尹, 몰락의 길을 자초”
법률가, 노동조합 등 각계에서는 당장 계엄을 해제하라는 성명이 쏟아졌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성명에서 “(지금이) 국가비상사태인지 우리는 말로서 대통령을 반박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며 “실체적으로나 절차적으로 모두 위헌”이라고 비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성명에서 “윤석열은 벼랑 끝까지 몰린 자기의 정치적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계엄이라는 비이성적이고 반민주적인 방법을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대구참여연대는 성명에서 “정신 나간 대통령, 당장 내려오라. 대통령이 몰락의 길을 자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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