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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 (수)

“역사책에서나 보던 계엄선포를…” 놀란 시민들 불안감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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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3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경찰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경찰이 출입을 막으면서 국회 앞에서는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으나 신원이 확인된 일부 인원은 출입할 수 있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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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인 4일 0시35분쯤 계엄군이 창문을 깨고 국회 본관에 진입했다. 4일 자정 기준으로 무장한 군인 수십 명이 국회 청사에 들어섰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 오후 11시47분쯤 헬기 여러 대가 굉음을 울리며 국회 앞 상공에 도착했다.

국회의원들이 속속 모이면서 오후 11시쯤부터 경찰차로 봉쇄됐던 국회 앞 정문엔 경찰과 취재진, 시민 수백 명이 뒤섞여 아수라장이 됐다. 시민들은 “나라 망하게 생겼다” “국회를 여십시오” “왜 길을 막냐”고 소리쳤고, 경찰은 문 앞을 굳게 막았다. 국회 안 본관 앞에서도 의원실 소속 직원 등 20~30명이 모여 출입증을 확인하며 출입을 관리했다.

경찰이 국회 진입을 막아서자, 오후 11시 53분쯤 시민 10여명이 국회정문 옆 벽을 타고 국회 안쪽으로 넘어갔다. 이후 5명은 넘어가다 경찰에 막혀 다시 되돌아갔다.

한밤중 내려진 계엄령 선포에 시민들은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오후 10시40분쯤 종로구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시던 윤모(25)씨는 “비상계엄 선포 뉴스가 나와서 너무 놀라 자리를 파했다”며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싶고 불안하다”고 했다. 홍모(25)씨는 “집에서 아버지와 TV를 보다가 소식을 접했다”며 “역사책에서만 보던 계엄 선포를 생전에 볼 줄은 몰랐고 무섭다”고 말했다. 택시기사 김모(70)씨는 “계엄령을 내렸다는 게 믿어지지 않고 몇 십년 만에 이런 상황이 나라에서 재현된다는 게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담화 발언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도 있었다. 직장인 구모(24)씨는 “종북·반국가세력 척결이라는 게 확인하기 어렵고 중대한 사항인데 밤중에 갑자기 이렇게 혼란을 가중시켜도 되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대학생 정모(22)씨는 “국정을 마비시키고 의료·언론까지 모두 사실상 제 기능을 못하게 하려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김경진 기자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대구 시민들도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30대 직장인 최모씨는 “한밤중에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면서도 “민주당이 선을 넘긴 했지만 비상계엄령을 내릴 정도의 행정 마비 상태라는 데는 공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야당 성향 강한 전주에 사는 직장인 박모(47)씨는 “대통령이 미친 게 아닌가”라며 “진짜 망국의 길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가정주부 김모(50대·여)씨 “전쟁 난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전두환 독재 정권 때로 돌아간 것 같다”며 “당장 내일부터 일상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걱정이 태산”이라고 우려했다.

보수 성향이 비교적 강한 경남 창원의 한 술집에서도 직장인 이모(50대)씨는 TV를 보며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보수의 마음마저 돌리는 판단”이라며 “내가 ‘서울의 봄’ 때 대학생이었지만, 국회 출입 막고 이러는 상황이 내가 21세기에 살고 있는 게 맞는지 의심스럽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부산지역 유일 야당 의원인 전재수 의원은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일정으로 네팔에 출장와있던 중 계엄 소식을 접했다”며 “사전에 철저히 (계엄을) 준비한 것 같다. 입국하기 위해 가능한 가장 빠른 비행기편을 알아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텔레그램 가입자가 급증하고 있다. 계엄령이 선포되면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는 만큼, 해외에 서버를 둔 메신저로 ‘디지털 피난’을 떠나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온라인에서는 “VPN을 설치해두라”는 조언도 나오고 있다. VPN은 ‘가상사설망(Virtual Private Network)’의 약자다. VPN을 사용하면 IP주소를 숨길 수 있는 등 사생활 보호가 가능하다. 통신의 제약이 생길 경우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이영근·박진호·이후연·정종훈 기자 lee.youngk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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