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죄 처벌 대상을 '적국'에서 '외국'으로 확대하는 간첩법 개정안은 지난달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사진은 11월 7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 모습이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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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죄 적용 범위를 ‘적국’에서 ‘외국’으로 확대하는 간첩법(형법 98조) 개정안의 연내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민주당 내부에서 “법을 악용할 가능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지난달 13일 국회 소위를 통과한 개정안을 법사위와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개정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언제 처리할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지금 세계는 치열한 스파이 전쟁 중이다. 사실 안 그런 때가 없었다. 영국 정보국장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돕는 서방국들을 향해 “놀랄 만큼 무모한” 공작을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 FBI는 10~12시간에 1건씩 새로운 중국 관련 간첩 사건 조사를 시작한다고 한다. 이런 세계에서 북한과 손잡은 러시아, 중국에 둘러싸인 한국에 외국 간첩을 처벌할 법조차 없다니 벌거벗고 전장에 서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여야가 간첩법 개정에 합의한 것도 중국인에게 포섭된 국군정보사 군무원의 기밀 유출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이 공개된 8월 초만 해도 민주당은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간첩법 개정에 협조하라”고 했다. 그런데 4개월 만에 태도가 달라진 것이다. 법 개정 내용도 간단하다. ‘적국을 위하여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 또 ‘군사상의 기밀을 적국에 누설한 자’로 돼 있는 것에서 ‘적국’을 ‘외국 및 이에 준하는 단체’로 바꾸는 것이다. 법을 지키며 평범하게 살아가는 일반 국민과는 아무 상관도 없으며 그 ‘악용’을 우려할 이유도 없다.
과거 간첩 누명을 쓴 피해자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는 민주당 스스로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의 ‘우려’는 주로 중국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이나 그 주변 인사들이 중국 공산당과 교류가 많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그 교류 자체를 뭐라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정상적 교류는 권장할 일이다. 다만 중국 또는 다른 제3국에 우리 국가나 산업 기밀을 넘기지 말라는 것이다. 기밀을 넘기면 간첩이다. 자기들의 행동이 개정된 간첩법에 걸릴까 두려워 민주당이나 주변 단체 인사들이 개정을 무산시키려는 것이 아니길 바란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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