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향력 행사해 8급 공무원으로 뽑고 경력 관리에 관사까지 제공
아들, 선관위 내부서 '세자'로 불려…검찰 "헌법기관 사유화"
영장심사 출석하는 김세환 전 선관위 사무총장 |
(서울=연합뉴스) 김다혜 기자 = 아들을 선거관리위원회 직원으로 부정하게 채용하고 각종 특혜를 준 혐의를 받는 김세환(60)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장관급)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이찬규 부장검사)는 김 전 사무총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3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김 전 사무총장은 2019년 11∼12월 아들이 인천시 선관위 산하 강화군 선관위에 8급 공무원으로 채용되도록 부정하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채용 1년 만에 아들을 인천시 선관위 본부로 부정 전입시키면서 법령을 위반해 관사를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아들 김씨는 강화군청에 재직하다 경력 공무원 경쟁채용을 통해 선관위로 이직했는데, 당시 중앙선관위 사무차장(차관급)이던 김 전 사무총장이 자신과 친분이 두터운 인사를 면접위원으로 선정하고 면접 전에 전화해 아들의 응시 사실을 알리는 등 아들에게 유리하게 채용 절차를 진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채용 면접관 3명은 모두 김 전 사무총장과 같이 일했던 동료로, 2명은 모든 항목에서 아들 김씨에게 만점을 줬고 나머지 1명도 5개 항목 중 4개 항목에서 최고점수를 줬다.
김 전 사무총장은 이해관계자에 대한 회피 의무가 있음에도 아들의 전입을 직접 승인하기도 했다.
아들 김씨가 1년 뒤인 2020년 11∼12월 본부 격인 인천시 선관위 사무처로 전입하는 데도 김 전 사무총장의 부당한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전 사무총장이 인천시 선관위 총무과장에게 자신의 아들을 전입 인원으로 선발하도록 지시하고 전입 요건도 '선관위 재직 3년 이상'에서 '1년 이상'으로 하향 조정하도록 한 결과, 아들 김씨가 실질적 능력 검증 없이 전입 심사에 합격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전입 희망자는 4명이었는데 김씨 등 3명이 합격했다. 이 가운데 선관위 재직 기간이 1년 남짓에 불과한 이는 김씨뿐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
또한 김 전 사무총장은 중앙선관위에 인천시 선관위 관사 할당량을 1채 늘리도록 하고, 이렇게 확보한 오피스텔을 아들에게 관사로 제공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전 사무총장은 이를 위해 중앙선관위 시설과장과 인천시 선관위 총무과장에게 각각 부당한 지시를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선관위는 2022년 아들 김씨의 관사 이용 등과 관련해 부적정한 업무 처리가 있었던 것은 맞지만 부당한 영향력이 행사된 정황은 확인하지 못했다는 특별감찰 결과를 발표했는데, 검찰 수사 결과 김 전 사무총장이 직접 '아들 특혜'를 지시한 정황이 확인된 것이다.
검찰은 "김 전 사무총장은 고위직 공무원의 권한을 남용해 같은 인천 지역 출신으로서 평소 친분이 있어 자신의 지시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던 부하 직원들에게 은밀하게 부당한 지시를 하는 방법으로 사익을 추구했다"고 지적했다.
수사 과정에서는 선관위 직원들이 김 전 사무총장의 아들에 대해 왕위를 계승할 왕자를 가리키는 말인 '세자'라고 부른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 4월 감사원의 수사 의뢰로 이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다른 선관위 전현직 임직원의 채용 비리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감사원은 아들 김씨에 대한 대검찰청 포렌식 교육 특혜 혐의, 김 전 사무총장의 공용 컴퓨터·노트북 횡령 혐의, 특정인 방호직 부정 채용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를 요청했으나 검찰은 이 부분은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김 전 사무총장은 선관위 공무원직 세습과 아들의 경력 관리 등을 위해 헌법기관인 선관위의 인사 제도와 국유재산 관리 권한을 사유화했다"면서 "공소 유지에 만전을 기하고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서도 실체 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3월에는 송봉섭 전 선관위 사무차장을 딸 부정 채용 청탁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바 있다.
momen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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