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미셸 바르니에 전 브렉시트 협상 대표를 새 총리로 임명했다. 2024.9.5. /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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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극우 국민연합(RN)과 좌파 연합인 신인민전선(NFP)은 이날 바르니에 총리에 대한 불신임 결의안을 제출했다. 앞서 바르니에 총리가 내년 예산안에 포함된 사회보장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프랑스 헌법 49조3항을 발동한 데 따른 대응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정부는 의회의 동의 없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지만 정부에 대한 불신임 투표로 이어질 수 있다. 만약 불신임안이 통과되면 내각은 해산하고 법안도 폐기된다.
바르니에 총리가 불신임 투표를 통과하려면 의회 과반 지지를 얻어야 한다. 그러나 바르니에 총리를 지지하는 여당 연합은 전체 의석 577석 가운데 164석에 불과하기 때문에 4일(오늘) 치러질 투표에 따라 내각이 붕괴될 공산이 크다는 게 외신 전망이다. RN과 NFP만 합쳐도 332석으로 과반(289석 이상)에 충분하다.
프랑스 정부는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를 혼합한 이원집정부제다. 대통령은 국가의 대표이자 정부 수반으로, 전반적인 정책 방향과 전략을 결정한다. 총리는 정부의 행정적 수장으로, 정책 실행과 일상적인 정부 운영을 책임진다. 총리는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의회는 내각 불신임권을 갖는다.
바르니에 총리는 프랑스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내년 예산안에서 600억유로(약 88조3400억원) 규모의 세금 인상과 지출 삭감 등을 추진해왔다. 만약 바르니에 총리가 불신임안이 가결돼 낙마한다면 그는 1958년 프랑스 제5공화국 탄생 이후 최단기 총리라는 오명을 안게 된다고 FT는 전했다.
내각이 해산되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약 3개월 만에 총리를 새로 지명해야 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올해 유럽의회 선거 패배 후 조기총선이란 승부수를 던졌으나 여당 연합인 앙상블이 전체 577개 의석 가운데 164석만 차지하면서 역풍을 맞았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들은 "RN을 이끄는 마린 르펜은 마크롱 대통령의 사임을 압박하기 위해 안정보다 정치적 혼란을 선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의 다음 대선은 2027년이며 최근 여론조사에선 르펜이 1위다.
혼란한 프랑스 정국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ING의 크리스 터너 글로벌 시장 책임자는 "투자자들은 프랑스 정부가 불신임 투표 패배 후 방향을 잃고 혼란에 빠질 수 있음을 걱정한다"면서 "유로존의 불안을 키우는 요소"라고 말했다.
프랑스 채권 시장에선 예산안을 둘러싼 혼란 속에 지난 몇 주 동안 채권 금리가 뛰면서(채권 가격은 하락) 그리스보다 높아진 상태다. 프랑스 채권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졌단 의미다. 네덜란드, 독일 등에서도 내년 예산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면서 유로화도 하락 일로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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