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사막 위에 우뚝 선 초현대식 도시 풍광은 경이로웠다. 에메랄드빛 바다를 둘러싼 금빛 찬란한 호텔과 쇼핑몰, 세계 인구 3분의 1이 4시간 이내에 날아들 수 있는 항공망과 촘촘한 도로망, 인공의 한계를 시험하는 듯한 공간의 구획과 규모는 압도적이고 웅장했다.
2011년 4월 클린에너지 확산방안 논의를 위한 주요 20여개국 에너지장관회의 참석차 처음 방문한 아랍에미리트(UAE)는 헤아리기 어려운 깊은 신비로 온 세상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 전까지 중동은 필자에게 미지의 세계였다. 사막과 석유로 상징되는, 부유하나 불모지인 곳. 갈등과 분쟁이 끊이지 않는 중동, 이슬람, 아랍은 늘 복잡하고 낯설었다.
걸프협력회의(GCC)는 UAE를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카타르·오만·바레인 등 6개 국가로 구성된,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 국내총생산(GDP)의 50%가 집중된 협력체다. 석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경제 다각화를 추진 중인 동료 국가들 틈에서 UAE는 강력한 리더십과 안정된 정치·경제 구조를 기반으로 역내 발전을 선도하고 있다.
경제거점 두바이가 첨단기술과 자유무역, 글로벌 금융 중심지로 자리 잡으며 '중동의 싱가포르'로 불리는 가운데 수도 아부다비는 UAE GDP의 60%를 점하며 세계적인 투자펀드(ADIA)를 통해 지속 가능한 에너지와 첨단 제조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GCC 국부펀드 자산 3조9000억달러 중 UAE 4개 국부펀드 자산이 1조7000억달러에 달한다.
수교 이후 44년, UAE는 중동의 유일한 '특별 전략적 동반자'이자 중동 최초의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체결국이다. 2009년 시작된 UAE 최초의 바라카 원전사업이 올해 4호기 운전을 개시로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가운데 제조업, 첨단기술, 에너지, 의료, 방산 등 각 분야에서 협력은 더욱 심화됐다. '형제'라는 이름의 아크부대는 2011년 UAE 연방군(UDF)과 함께 '아덴만 여명작전'에 성공하는 등 양국 국방협력의 실질적·상징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지난 10월 15명의 중견기업 후계 경영인과 함께 다시 UAE를 찾았다. 짧은 여정의 핵심은 44년 역사의 세계 3대 정보통신기술(ICT) 박람회인 자이텍스(GITEX) 탐방이었는데, 전통 제조업의 경계를 돌파해 새로운 미래를 탐색하는 젊은 중견기업인들의 당연한 선택지였다. 180개국의 6500개 기업, 1200개 투자기관이 참가한 역대급 현장에서는 블록체인, 인공지능, 메타버스 등 혁신기술의 향연이 장관이었고 MBLM, 나무PR, 쇼룩파트너스(Shorooq Partners) 등의 컨설팅 기업이 법률·투자·마케팅 등 구체적인 중동시장 진출방안들을 제안했다. 내내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은 두바이상공회의소와 두바이공항프리존(DAFZ), 코트라의 헌신에 지면을 빌려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것이며, 인내하는 자는 사막에서도 물을 찾는다고 한다.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면 자금조달, 판로 확보, 인력충원은 물론 과도한 상속·증여세 부담 등 수많은 도전이 여전하지만 동행한 중견기업인들은 거친 모래바람 속에 똑바로 서서 끊임없이 묻고 귀 기울여 들었다. 맨주먹 선배들이 건설역군으로 바다를 건너 굵은 땀을 닦던 바로 그 자리다. 멋지고 감사한 일이다.
중동마저 검은 황금 석유의 시간을 딛고 신비의 베일을 벗고 있다. 세련된 매너와 글로벌 역량을 보유한 젊은 경영자들이 열어갈 미래는 우리 모두의 내일이다. 기업이 창출하는 자본과 일자리의 환류가 국가와 국민의 삶을 지탱한다는 자명한 사실 앞에서 법과 제도는 기업의 혁신 노력을 뒷받침할 때만 의미 있다. 최소한 그런 노력은 필수다.
이호준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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