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4일 서울 종로구 흡연구역에서 시민들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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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6년간 감소 추세를 보여온 흡연율이 지난해 증가세로 돌아섰다. 50대 남성, 20대 여성의 증가율이 눈에 띈다. 냄새를 줄인 신종 담배가 증가한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지난 10년간 20대는 음주, 지방 섭취, 비만이 증가했고, 50대는 생활 행태, 만성질환 지표가 일제히 악화했다.
3일 질병관리청은 2023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매년 1만 명을 조사한다. 이번 조사에서 충격을 준 건 19세 이상 성인 남성 흡연율이다. 일반 담배(궐련)를 피우는 ‘현재 흡연율(평생 5갑 이상 피웠고 지금도 피우는 경우)’은 32.4%이다. 전년보다 2.4%p 올랐다. 남성 현재 흡연율은 2016년 40.7%에서 줄곧 떨어져 2022년 30%로 낮아졌다. 정부의 목표대로 20%대 진입을 눈앞에 뒀다.
하지만 목표 달성이 쉽지 않게 됐다. 성인 남성 흡연율은 1998년 66.3%에서 떨어져 왔고, 중간중간(2008·2010·2014·2016년) 약간 올랐다가 다시 떨어지는 추세를 이어왔다. 이번 상승 폭(2.4%p)은 예년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흡연율 상승의 가장 큰 적은 전자담배이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 센터장은 “흡연자들이 금연하고 싶은 이유로 ‘냄새’를 1순위로 꼽는데, 최근에는 (냄새를 줄인) 궐련형·액상형 전자담배 등의 신종 담배가 잇따라 등장하는 바람에 금연할 이유가 크게 줄어들었다”고 말한다. 이 센터장은 “신종 담배는 다양한 형태로 쏟아지는데 담뱃세는 10년 동안 제자리이고, 국가의 금연활동 지원 서비스는 수년째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정부의 담배 규제 정책이 부실하니 당연히 흡연율이 다시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간 정부의 담뱃값 인상 움직임도 없고,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도 없다. 담뱃갑 경고 그림을 바꾸는 정도인데, 이 역시 그게 그거라는 지적을 받을 정도로 효과가 떨어진다.
국민건강영양조사(2023년) 결과. 자료 질병관리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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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사에서 여성의 현재 흡연율도 2022년 5%에서 지난해 6.3%로 올라갔다. 일반담배, 궐련형·액상형 전자담배, 기타 형태의 담배 중에서 하나라도 사용하는 비율인 ‘담배 제품 현재 사용률’ 역시 남자 38.9%, 여자 8.3%로 전년 대비 모두 증가했다(남자 2.3%p, 여자 1.1%p).
최근 10년(2014~2023년) 간 성인의 고혈압, 당뇨병 유병률은 큰 변화 없었지만, 비만과 고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은 증가 추세다. 비만 유병률은 2014년 30.9%에서 지난해 37.2%로 6.3%p 늘었고, 고콜레스테롤혈증은 같은 기간 9.3%p(11.6%→20.9%)나 증가했다. 2022~2023년 변화를 보면 남자 비만율은 2.1%p 감소한 반면 여자는 2.1%p 증가했다. 특히 여자 20대(18.2%→22.1%)는 3.9%p, 30대(21.8%→27.3%)는 5.5%p 증가했다.
국민건강영양조사(2023년) 결과. 자료 질병관리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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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고위험음주율은 감소(21.3%→19.9%)한 반면 여자는 소폭 증가(7%→7.7%)했다. 월간 폭음률도 남자는 감소(48.8%→47.9%)했고 여자는 증가(25.9%→26.3%)했다. 고위험음주율은 최근 1년 동안 1회 평균 음주량이 7잔 이상(여자 5잔)이며, 주 2회 이상 음주하는 분율이다. 질병청이 2014~2023년 10년 변화를 추적해보니 20대는 음주·비만, 운동과 지방섭취 지표가 나빠졌다. 50대는 비만·고혈압·당뇨병 등의 만성병과 흡연·음주·지방섭취·운동 등의 생활 지표가 모두 나빠졌다.
최근 10년간 육류·음료류 섭취량은 증가한 반면, 곡류·채소류·과일류 섭취량은 감소했다. 2014년 대비 지난해 육류 섭취량(하루 평균)은 22.3g, 음료류는 97g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곡류 섭취량(하루 평균)은 41.2g 감소했고, 채소류와 과일류도 각각 57.2g, 69.3g 감소했다. 신체활동(유산소) 실천율은 10년 사이 5.8%p(58.3%→52.5%) 감소했다.
이런 식습관 및 신체활동 행태는 비만 등의 만성질환 증가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오상우 동국대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과일을 생으로 먹는 대신 주스로 먹는 식습관은 혈당을 빨리 높여 비만을 조장한다. 수면 부족, 아침 결식, 야식 등 우리 사회에 만연한 문화가 비만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특히 어릴 때부터 기름진 음식에 노출된 세대가 커가면서 한국도 과거 미국이 보였던 고도 비만 증가 양상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최근 10년간 20대는 신체활동·식생활·음주·비만이 모두 악화돼 40~ 50대에 큰 폭으로 증가하는 만성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건강 위험요인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며 “50대는 남녀 모두 만성질환율이 높음에도 건강행태 및 비만이 악화돼 만성질환 중증화 예방을 위한 관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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