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승>에서 우진(송강호)은 해체 직전의 프로 여자배우팀의 감독으로 부임한다. 아티스트유나이티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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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10승, 20승 잘도 하는데 나는 어째 한 번 이기기도 이렇게 힘드냐?”
만년 꼴찌 프로 여자배구단 핑크스톰에 부임한 감독 우진(송강호)은 또 한 번의 패배에 한숨 쉰다. 해체 직전의 구단을 사들인 구단주가 요구한 것은 ‘1승’.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 번만 이기면 되는데 말처럼 쉽지 않다. 팀은 오합지졸이고, 우진 역시 평균 승률 10% 미만에 파면, 퇴출, 이혼으로 인생의 쓴맛을 볼 만큼 본 지도자다.
오는 4일 스포츠 영화 <1승>으로 극장을 찾는 ‘국민 배우’ 송강호도 우진만큼이나 1승이 절실하다. 연전연패하던 우진과 핑크스톰이 분투 끝에 달콤한 승리를 맛보는 것처럼 그도 흥행이란 성적표를 받을 수 있을까.
송강호는 2019년 <기생충> 이후 잇단 부진을 겪고 있다. 2022년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126만)를 비롯해 <나랏말싸미>(95만), <비상 선언>(205만), <거미집>(31만) 등 출연작이 줄줄이 흥행에 실패했다.
<브로커>는 송강호에게 한국인 최초 칸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안겨줬다. 하지만 평단 반응이나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김지운 감독과 오랜만에 합을 맞춘 <거미집>은 2023년 칸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았으나 흥행에선 빛을 보지 못했다. 내놓는 작품마다 적게는 500만~700만, 많게는 1000만명도 거뜬히 동원했던 2010년대와 비교하면 특히 아쉬운 성적이다. 이 시기 송강호는 ‘천만 영화’만 3편(<변호인>, <택시 운전사>, <기생충>)을 내놨다. 동원 관객 500만~900만명대 작품도 5편(<의형제>, <설국열차>, <관상>, <사도>, <밀정>)에 달한다.
핑크스톰은 우진이 감독으로 부임한 뒤에도 연전연패하며 팬들로부터 야유를 받는다. 아티스트유나이티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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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합지졸의 팀워크를 보이던 핑크스톰은 시간이 흐르며 조금씩 나아진다. 1년만 채우고 대학팀 감독으로 갈 생각이었던 우진 역시 팀과 선수들에게 애정을 갖게 된다. 아티스트유나이티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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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쪼그라든 영화 시장 앞에서는 송강호의 막강한 티켓 파워도 맥을 추지 못했다. 그리고 이는 송강호를 OTT 드라마로 눈 돌리게 했다. 그는 지난 4월 공개된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삼식이 삼촌>에 출연했다. 30년 연기 인생 최초의 드라마다. <삼식이 삼촌>은 400억 제작비에 송강호라는 대배우의 출연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큰 호응을 얻지 못한 채 종영했다.
송강호는 지난달 28일 열린 <1승> 기자간담회에서 <삼식이 삼촌>의 흥행 실패에 대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1승>의 신연식 감독은 <삼식이 삼촌>의 각본과 연출, 지난해 개봉한 <거미집>의 각본을 맡았다. 3개 작품 연속 호흡을 맞춘 것이다. 송강호는 “비록 결과는 안 좋았지만 저는 <삼식이 삼촌>과 <거미집>이 가진 묘한 시선이 참 좋다”며 “길을 찾아가는 묘미가 있다”고 말했다.
<1승>은 패배에 익숙했던 우진과 핑크스톰이 차츰 팀워크를 갖춰나가며 승리를 향해 달려가는 과정을 그린다. 특히 배구 종목 특유의 매력을 톡톡히 살려낸다. ‘탕’ 하는 소리와 함께 블로킹을 뚫는 강스파이크나 빠른 속도로 코트에 꽂히는 공은 실제 배구 경기를 보는 듯한 쾌감을 선사한다. 영화 중반부 핑크스톰이 파이브스타즈와 맞붙은 경기에서 이뤄진 긴 랠리는 특히 인상적이다. 롱테이크로 촬영된 이 시퀀스는 땅에 닿을 듯 말듯 네트 사이를 오가는 공을 집요하게 쫓으며 랠리의 아슬아슬함을 배가시킨다.
그러나 익숙한 언더독 서사의 스포츠 영화. 우진과 구단주 정원(박정민)를 비롯한 대부분 캐릭터가 전형적이고 기능적으로 활용된다는 인상을 피하지 못한다. 승리를 향해 달려 나가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감정의 고조가 다소 약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송강호의 ‘1승’을 마냥 낙관하기엔 현재 극장 상황이 녹록지 않다. 최근 개봉한 한국 영화 상당수는 100만명 고지를 넘기지 못하고 퇴장하고 있다.
하지만 송강호는 흥행 여부를 떠나 도전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본다. “도전에는 항상 위험이 내포돼 있습니다. 긴 인생 살아보니 배우도 마찬가지더라고요. 어떤 구간에는 뭘 해도 잘 되고 사랑받지만 어떤 때에는 결과가 안 좋을 수 있습니다. 무엇이 문제라기보다 그런 것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 예술가의 기본적인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결과를 좇는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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