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상승률 추이/그래픽=이지혜 |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개월 연속 1%대를 기록했다. 공급측 요인인 석유류 가격의 하락세가 이어졌고,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농축수산물 가격도 다소 주춤하는 모습이다. 다만, 한동안 고물가가 이어진 탓에 체감물가는 높은 수준이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2024년 1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4.40(2020=100)으로 전년동월 대비 1.5% 상승했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 9월 1.6%를 기록하며 1%대로 내려온 후 10월(1.3%)에 이어 3개월 연속 1%대다. 기획재정부는 "안정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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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1.5%…석유류 가격 등의 영향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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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10월과 비교해 소폭 상승한 것은 석유류의 영향이다. 지난달 석유류 물가는 전년동월 대비 5.3% 감소했는데, 10월(-10.9%)과 비교하면 감소폭이 축소됐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의 하락폭이 10월보다 줄어든 것은 유류세 할인폭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유류세 인하조치를 연장하면서도 11월부터 휘발유 인하율을 기존 20%에서 15%로 낮췄다. 경유와 액화석유가스(LPG)부탄 인하율은 기존 30%에서 23%로 조정했다. 그만큼 석유류 가격이 올랐다. 이에 따라 지난 10월 전체 물가를 0.46%p 끌어내렸던 석유류 물가는 지난달 0.22%p 낮추는데 그쳤다.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과일 물가는 잡히는 모습이다. 신선과실은 전년동월 대비 8.6% 하락했다. 신선채소는 10.4% 상승했지만, 전월 대비로는 14.2% 내려갔다. 배추와 무의 물가 상승률은 전월동월 대비 각각 16.0%, 62.5%다. 신선식품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4% 상승했다. 3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상승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1.9% 올랐다.
물가 상승률이 3개월 연속 1%대에 머물렀지만 체감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상당 기간 고물가가 이어진 탓이다. 2022년과 2023년 연간 물가 상승률은 각각 5.1%, 3.6%다. 물가가 워낙 높은 수준을 유지했기 때문에 올해 들어 상승폭을 줄인 것이다. 과일 물가만 하더라도 지난해 기록적으로 높게 형성돼 올해 하반기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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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가 이어진 탓에 체감물가는 낮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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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상대 지표인 물가 상승률은 비교적 낮게 형성되고 있지만, 절대 지표인 물가 수준 자체는 낮지 않은 상황이다. 통계청은 현재 기준연도인 2020년의 물가 지수를 100으로 보고, 가중치에 따라 물가 지수를 산정한다. 지난달 물가 지수는 114.40이다.
물가 지수만 봤을 때는 지난달 물가가 2020년과 비교해 14.4% 올랐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지난달 물가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5% 오르는데 그쳤지만 2020년과 비교하면 10% 이상 올랐기 때문에 소비자들 입장에선 체감물가가 높게 인식될 수밖에 없다.
상대적인 물가 상승률 역시 우상향 가능성이 있다. 기재부는 당분간 2% 이내의 안정적인 물가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국제유가의 변동성은 변수로 남아 있다. 그나마 올해 말 종료 예정이던 유류세 인하 조치가 내년 2월까지 연장되고, 인하폭도 유지하기로 결정된 것은 불확실성을 줄이는 요인이다.
환율 역시 변수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지속적으로 1400원대를 넘어서며 강달러 현상이 굳어졌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 제품의 가격이 올라 물가를 끌어올린다. 원자재 값 역시 올라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최근 환율이 상승했으나 파급 시차 등을 고려할 때 환율 상승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제한적이며 12월 이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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