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9년 5월 20일 대한민국 최초의 전차가 개통됐다. 당시 전차를 처음 본 시민들은 전차가 달릴 때 전선에 이는 스파크를 보고 ‘불꽃 괴물’이라 부르며 겁을 냈다고 한다.‘불꽃 괴물’이었던 전차는 이후 1968년까지 서울의 대중교통을 책임지며 활발하게 운행됐다. 때로 우리는 잘 모르는 대상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곤 한다. 처음 나온 낯선 전차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변전소는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필수 시설이다. 변전소가 없다면 전력의 전송이 불가능하고 우리의 일상에서 전기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최근 전자파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변전소의 설치를 반대하거나 건강에 미칠 위험성에 대해 과도하게 두려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는 정확한 정보에 기반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변전소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는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다른 전자기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같은 국제기구는 전자파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이를 기반으로 권고기준을 마련해왔다. 주지하다시피, 전자파가 일정 기준치 이하에서는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는 것은 많은 연구에서 입증됐다. 심지어 우리나라는 그 기준치를 국제 기준 보다 더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어 크게 우려할 바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뉴욕이나 런던 같은 대도시에서는 변전소가 주거 지역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는 경우가 많다. 서울의 경우엔 연세대 신촌캠퍼스 내 산합협력연구관 건물에 ‘연대 변전소’가 있다. 올해로 21년째 운영되고 있으며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서대문구청 등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광진구 중곡동에 위치한 ‘화양 변전소’는 지하에 변전시설이 있고 지상의 16세대 규모 아파트에 가족 단위 직원들이 거주하고 있다. 제1종 근린생활시설이기도 한 변전소는 이제 주민 편의시설로 받아들이는 의식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중심의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적기 적소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느냐가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게 된다. 오픈AI, 아마존, 테슬라와 같은 유수의 기업들이 전력 확보에 집중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 역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데이터 센터 확대 등으로 인한 전력수요가 2030년에는 2023년 수요의 2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이처럼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력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송전선로, 변전소와 같은 전력망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다.
지난 11월 27일 정부는 위기를 맞은 국내 반도체산업을 살리기 위한 ‘반도체 생태계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국가 전력망 확충 역시 정부와 지자체, 정치권을 포함한 지원과 노력이 필요하다. 미래 산업의 성장은 안정적인 전기를 대규모로 공급하는 것이 기본 요건이다. 이를 위해 한국전력은 전력망 건설 지연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불식시키고 전력망 확충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전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 될 시대에 전력망 부족이 심화되면 국가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가올 미래를 위해 보다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한 우리 모두의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순간이다.
전시식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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