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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유효상 칼럼] 왜 자발적 아웃사이더가 늘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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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사진=유효상


최근 1년 동안 주가가 340% 급등한 엔비디아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포모(FOMO) 증후군'에 빠져 있는 상태에서, 이번에는 '트럼프 트레이드'로 관련 자산들이 폭등하면서 또다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트럼프 트레이드는 트럼프 당선으로 수혜를 입을 거라 예상되는 자산에 투자하는 움직임을 말한다. 방산, 건설, 에너지, 원자력, 조선 업종 주식들이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히며, 특히 자율주행 규제 단일화와 미국을 세계 암호화폐 수도로 키우겠다는 공약으로 단기간에 테슬라와 비트코인 가격이 많이 올랐다. 기업 중에서 가장 많은 비트코인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주가는 무려 150% 급등했다.

트럼프로 인한 '코인 불장'에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로도 돈이 몰리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3년 만에 찾아온 불장에서 소외될 것을 두려워하는 포모족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반영하듯 서학개미들의 미국 주식 보유액이 11월 기준 무려 143조 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증가 속도도 심상치 않다. 1년 전에 비해 60%나 증가했고, 최근 한 달 동안 10% 넘게 늘었다.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보유 중인 종목은 테슬라, 엔비디아, 애플 순이다.

포모(Fear Of Missing Out)는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의미인데, 남들은 다 돈을 많이 벌고 있는데 자신만 그렇지 못한 것 같다고 느끼는 불안감을 뜻한다. 실제로 자신의 자산이 줄어들진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면서 생기는 심리적 불안감이다. 그래서 포모에 빠지면 논리적 판단보다 군중심리에 휩싸인 비이성적 투자행태를 보인다.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소위 '빚투'의 증가다. 리스크는 철저히 무시한 채 자신도 짧은 시간에 많은 돈을 벌겠다는 생각으로 빚을 내서라도 그 대열에 합류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되면 이성적인 투자가 아니라 한탕주의 도박이 될 수밖에 없다.

포모 증후군은 단순히 불안감에서 끝나지 않는다. 끊임없이 타인의 삶과 비교하게 한다. 주식, 부동산, 가상자산 투자 열풍 속에서 "남들은 투자해서 돈을 버는데, 나만 소외되면서 벼락거지가 되고 있다."라는 자괴감에 빠지게 하는 것이다. 결국 심리적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무모하게 투자의 광풍 속으로 뛰어들게 한다.

알랭 드 보통은 그의 저서 '불안(원제: Status Anxiety)'에서 현대 사회는 과거 계급사회와는 달리 경제적 성취 정도에 따라, 즉 돈을 얼마나 벌었는 가에 의해 자연스럽게 사회적 지위가 구분된다고 하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돈을 추구하면서 불안을 느끼며, 돈의 유무에 따라 자신이 현재 처한 모습이 아닌 전혀 다른 위치에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불안의 원천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나와 비슷하다고 여기는 사람'과만 비교를 하기 때문에, 왕족처럼 엄청난 것을 누리고 사는 사람은 부러워하지 않고 바로 옆에 있는 친구의 성공은 질투한다고 했다.

이러한 현상은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롯데그룹의 공격적인 M&A 후폭풍이 그룹 전체 재무건전성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에 롯데케미칼이 막판까지 인도 아디트야벌라그룹과 치열한 경합을 벌이며 힘들게 인수한 동박업체 일진머티리얼즈로 인해 자금 경색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2조 70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했지만, 2022년 848억 원 영업이익이 지난해에는 118억 원으로 줄었고, 금년에는 수백억 원의 영업손실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수 검토 당시에는 흑자였지만 인수하자마자 적자로 돌아섰으며, 더욱이 배터리 시장이 장기적 침체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어 향후 전망도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인수 과정에서 조달한 7000억 원 규모의 자금도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게 되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그룹의 핵심 역량과 거리가 먼 사업에 자금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급하게 거액을 투자한 것은, 전형적인 포모의 덫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다른 그룹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처진다고 느낀 경영진이 무리수를 둔 것으로 평가되는 이유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러한 포모 증후군에서 벗어나 스스로 아웃사이더가 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조모(JOMO)족'이다. 조모(Joy of Missing out)는 '소외되는 것에 대한 즐거움'이라는 의미로, 더 이상 포모에 갇혀서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현재에 집중하며 진정한 자신의 삶에서 즐거움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강박증에서 벗어나려는 일종의 해독제인 것이다.

과학의 발달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과도한 정보와 불필요한 인간관계에 피로감을 느껴 자신만의 시간을 우선시하고, 소셜미디어로 넓어진 커뮤니케이션을 과감하게 대폭 줄이고 불요불급한 관계를 정리한다는 개념이 녹아 있다. 하루 종일 '좋아요'와 댓글을 달면서 회의를 느끼게 된 것이다. 이러한 디지털 환경의 역기능이 주는 피곤함에 지친 사람들이 조모족으로 변신하는 것이다.

투자에서 낭패를 본 뒤 뒤늦게 조모족이 됐다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인터넷상에는 코인 불장에서 남들 따라 투자했다가 거액의 손실을 입고, 단타로 만회하려다 오히려 손실 금액은 커지고 업무에도 막대한 지장을 주게 되자 과감하게 손절하고 조모족이 되었다는 종류의 스토리가 많이 떠돈다.

실제로 포모족이 주식시장으로 몰려든 금년 3분기, 개인투자자들은 삼성전자 8조 원, SK하이닉스 2조 6000억 원 등 매수 상위 10개 종목에 13조 원을 투자했으나 평균수익률은 -9%의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는 14% 가까운 수익을 내며 개인과는 커다란 차이를 보였다. 10월에도 외국인은 21%가 넘는 수익을 창출했지만 개미는 또다시 -8%를 기록했다. 이는 단순히 '밴드웨건 효과(Band Wagon Effect)'에 편승하는 것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심리학자인 수잔 알버스 박사는 조모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며, 남들이 하니까 부화뇌동해서 참여해야만 할 것 같은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에서 느끼는 기쁨이라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가고 싶지 않지만 의무감 때문에 참석해야 하는 모임에 빠지고도 약간 두렵긴 하지만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면서, 친한 친구와 식사를 하는 것에서 즐거움을 깨닫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고 자신에게 충실하라는 것이다. 물론 알버스 박사도 말하기는 쉽지만 실천하기는 어렵다고 인정한다.

덴마크 알보르그대학 심리학과 스벤 브링크만은 그의 저서 '절제의 기술(원제: The Joy of Missing Out)'에서 "행복은 인생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는 데 달렸다."며 사람들을 행복으로 인도하는 것은 욕망이 아니라 절제라고 강조했다.

지금은 풍요로움의 시대다. 그 어느 때보다 물질은 물론 지식과 수명, 기회 등 많은 부분에서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동시에 불안의 수준도 높아졌다. 실제적 궁핍은 줄었지만, 역설적이게도 궁핍감에 대한 공포는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번아웃 증후군과 소외 공포증이 난무하는 피로사회에 등장한 자발적 아웃사이더들의 '아니오'를 응원한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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