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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2 (월)

"음모론자"vs"개혁론자"…FBI국장 지명된 파텔, 자격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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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신임 FBI 국장으로 캐시 파텔을 지명하자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현직 FBI 국장의 임기가 2년 넘게 남아있는 데다, 파텔의 자격 논란까지 겹쳐져서다. 이번 대선 후 첫 낙마 사례였던 맷 게이츠 법무부 장관 지명자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예상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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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밀러 미국 국방장관 대행의 비서실장이었던 캐시 파텔이 지난 2022년 7월 31일 애리조나주 투손에서 열린 선거 행사서 연설을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1일 (현지시간) FBI 국장으로 '충성파'인 40대 캐시 파텔 전 비서실장을 지명했다. 2024.12.02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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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의 파텔 지명 직후 상원 인준 때 난관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NYT는 "파텔은 FBI의 워싱턴 본부를 폐쇄하고, 간부를 해고하고, FBI를 '굴복'시키자고 주장한 인물"이라면서 "맷 게이츠를 법무장관으로 임명하려다 실패한 시도와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전날 트럼프는 자신의 SNS(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파텔은 뛰어난 변호사이자 수사관이다"라며 "부패를 들춰내고, 정의를 지키고, 미국인을 보호하는 데 경력을 쌓아온 '미국 우선주의 전사'"라고 그의 FBI 국장 지명을 발표했다.

파텔이 지명되자 FBI의 독립성 훼손 논란이 불거졌다. FBI 국장 임기는 10년으로 보장돼있는데, 아직 3년가량 남은 상황에서 신임 국장 인선을 발표해서다. 현직 크리스토퍼 레이 국장이 경질되거나, 그가 1월 취임식 이전 자진사퇴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레이 국장은 2017년 트럼프가 직접 발탁한 인물이다. 트럼프는 퇴임 후 기밀문서를 보관했다는 의혹으로 FBI가 2022년 마러라고 자택을 압수수색한 사건에 대해 크게 분노하면서 레이에 대한 경질을 시사해왔다. 사실상 정치적 보복으로 볼 수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측은 "트럼프가 지명한 FBI 국장이지만 민주당 정권 내내 임기를 지켜줬다"며 트럼프 인선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 제이크 설리번은 이날 밤 NBC 토크쇼에 출연해 "바이든 대통령은 레이 국장을 해고하지 않고 연방수사국장의 임기 끝까지 책임을 다하도록 독립성을 인정했다. 우리가 하는 방식은 그런 식이다. FBI가 정치로부터 분리되어 독립기구로 일하도록 한 것이다"고 강조했다.

파텔의 자질 논란도 있다. 그는 이번 대선 기간 중 트럼프 당선자를 기소한 이들에 대한 '정치적 보복'을 주장했으며 "FBI는 부패했다"고 개혁도 다짐했다. 파텔은 트럼프가 제기하는 정치적 음모론도 뒷받침해왔다. 트럼프는 자기 뜻을 따르지 않는 공직자를 '딥 스테이트(deep state·숨은 권력 집단)'라고 봤는데, 그 핵심 조직이 FBI라고 믿어왔다. 파텔이 FBI 국장이 된다면 '개혁'을 통해 이같은 트럼프의 뜻을 실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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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스콧밸리=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충성파'인 캐시 파텔을 미 연방수사국(FBI)이나 법무부 고위직에 임명할 것으로 보인다고 액시오스가 2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사진은 파텔이 지난달 13일 애리조나주 프레스콧밸리에서 트럼프 당시 대선후보 지원 유세를 하는 모습. 2024.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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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측근들은 FBI 개혁 방안으로 대통령의 FBI 통제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을 추진 중이다. 법무부의 FBI 국장 감시 권한을 키우고, 워싱턴 본부의 규모와 권한은 축소하는 내용이다. 또 FBI가 벌인 모든 수사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대통령 권한으로 수사를 중단시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WSJ은 "대통령 자신이나 측근 수사가 개시되면, 트럼프가 이를 막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만 FBI 국장 임명은 상원 인준이 필요하다. 민주당이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가운데,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관건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새 대통령이 FBI 국장을 자신의 선호에 맞게 선택하는 건 결코 일반적이지 않은 일탈이자 위험한 일이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게이츠 법무장관 지명에 반대하며 헌법적 의무를 다했던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이제 아무리 불쾌하고 정치적으로 위험하다 하더라도 트럼프에 다시 맞서야 한다"고 보도했다.

공화당 내 분열 조짐은 이미 일고 있다. 마이크 라운즈(사우스다코타) 의원은 "파텔이 힘든 전투에 직면할 수 있다"며 상원 인준이 쉽지많은 않을 것이라고 시사했다. 그는 현재 FBI국장인 레이를 칭찬하며 "지금 그가 하는 일에 아무런 이의가 없다"고도 말했다. 특히 상원은 대통령과 권력분립을 지켜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며 "우리는 헌법적 역할을 해야 한다"말했다. 척 그래슬리(아이오와) 의원은 "파텔이 의회에 와서 FBI에 대한 개혁 의지와 이를 해낼 수 있다는 공공의 신뢰를 증명해야 할 것"이라며 어느 정도 거리감을 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친트럼프를 표방하는 일부 공화당 의원은 파텔을 적극 환영했다. 같은 당 테드 크루즈(텍사스)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파텔이 FBI의 당파적 부패에 싸울 강력한 사람"이라고 추켜세웠다. 빌 해거티(테네시) 의원도 "파텔 인준 찬성에 투표할 것"이라고 말하며 "그는 FBI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밝힐 수 있는 최고의 사람"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부적격자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의 딕 더빈 상원의원(일리노이주)은 트럼프의 지명 직후 성명으로 "(파텔은) 트럼프에게 충성하는 무자격자"라며 "상원은 FBI를 트럼프가 약속했던 선거 공약의 보복을 위해 무기로 사용하려는 역사상 전례가 없는 시도를 반드시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빈 의원은 내년 상원 법사위원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이다.

김하늬 기자 hone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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