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주의 지키고 합의에 최선 다해야…의장 역할이 중요"
"국회법과 확립된 관행 기준으로 국회 운영해야" 한목소리
"역사 앞에 당당해야…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 고언도
축사하는 김형오 전 국회의장 |
김대중 기념식서 환영사하는 문희상 준비위원장 |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박경준 설승은 김치연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감액 예산안을 단독 처리하면서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을 둘러싼 초유의 '치킨게임'을 이어가는 가운데, 역대 국회의장들은 2일 여야가 극한의 힘겨루기를 멈추고 협의를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특히 나쁜 선례를 남기지 않고 대화를 통해 얼어붙은 정국을 풀어낼 수 있도록 우원식 국회의장이 입법부의 수장으로서 중심을 잡고 협상을 중재해달라고 당부했다.
18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김형오 전 의장은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예산이란 국가 예산이지 야당이 운용하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 정부가 운용하는 국가 예산을 야당이 일방적으로 삭감하고 더구나 협의 없이 통과시킨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민주주의 절차와 의회주의 원칙을 완전히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나는 여당 출신 국회의장이었지만 의장 시절 여당이 단독으로 예산안을 처리하려고 한 적이 있었음에도 이를 거부했다"며 "여당 측에선 본회의에 바로 가자고(상정하자고) 강력하게 주장하는데도 나는 절차적인 잘못을 수행할 수 없다며 돌려보냈다"고 떠올렸다.
김 전 의장은 의장을 지낸 2009년 당시 여야가 4대강 예산을 두고 예산 심사에 난항을 겪으면서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자 연내 처리하지 못할 경우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가 공동으로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카드를 꺼내 들며 여야 합의에 따른 예산안 처리를 압박한 바 있다.
민주당 출신 전직 의장도 합의 정신을 중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0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문희상 전 의장은 "의회 정치는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이자 민주 정치의 요체는 대화"라며 "합의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야한다"고 강조했다.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출신인 정세균 전 의장 역시 "의회 운영은 국회법과 확립된 관행을 기준으로 운영하는 게 좋다"며 "한번 나쁜 선례가 만들어지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에 나쁜 선례를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인사말 하는 정세균 노무현재단 이사장 |
박병석 국회의장 퇴임 기자회견 |
정 전 의장은 "의회 수장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해서 중심을 잘 잡아 줘야 한다"며 "입법부 수장으로서 그런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전 의장은 "역사의 심판 앞에서 당당해야 한다"며 "최후의 순간까지 누구를 탓해서도 안 된다. 공정한 자세로 임하면 된다"고 당부했다.
여야 의원들이 정쟁과 당리당략을 떠나 국민과 민생이라는 본질적인 가치를 되새겨야 한다는 근본적인 조언도 나왔다.
이어 "지금 상황은 정치 기교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마음 자세부터 새로 다 잡고 교정해야 할 때"라며 "정치인들이 말로는 '민생, 민생' 하면서 중요한 예산 문제로 대치하면 어떻게 되겠나"라고 쓴소리를 했다.
19대 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정의화 전 의장은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며 현 상황에 대한 씁쓸함을 드러내면서도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 의장의 역할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기조연설하는 정의화 이사장 |
chi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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