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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2 (월)

[지배구조2024|토스]미국 증시서 몸값 10조 도전…관건은 '수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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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꾸준히 기업공개(IPO)를 추진해 온 비바리퍼블리카(토스)가 국내 대신 미국 증시 상장에 도전한다. 쿠팡의 사례처럼 미국에서 더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10조원 이상의 몸값을 정당화하기 위해선 각 계열사의 수익성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토스는 최근 국내 상장 계획을 보류하고 미국 증시 상장 절차에 돌입했다. 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한 토스는 외국계 증권사들과 상장 절차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토스는 앞서 지난 2월 IPO 대표 주관사로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을 선정하고 국내 상장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부진한 국내 증시와 카카오뱅크의 주가 하락, 케이뱅크의 IPO 철회 등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플랫폼 주가 부진에 국내 상장 '스톱'…"미국서 제값 받겠다"



토스가 속한 국내 금융플랫폼의 주가는 가파른 금리인상에 따른 성장주 할인, 플랫폼 사업모델에 대한 기대감 약화,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 등으로 대부분 바닥을 기는 상황이다. 특히 올해 3분기 기준 토스의 자본총계는 8580억원으로, 3배 이상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을 인정받아야 10조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평가다.

미국 증시에서 핀테크업체들이 높은 기업가치를 산정받은 것도 미국행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토스는 이미 지난 2022년 9월 시리즈G 투자 유치 당시 9조1000억원에 달하는 몸값을 인정받았다.

높은 성장성으로 주목받은 토스는 시리즈A부터 시리즈G2까지 총 1조6000억원에 달하는 투자액을 유치했다. 다만 국내 증시에서는 상장 이후 10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올해 초 국내에서 IPO를 추진할 당시 LS증권은 토스의 기업가치(영업수익 기준)를 최대 12조4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이마저도 금융서비스의 제공범위가 넓다는 이유로 카카오페이 대비 100% 프리미엄을 적용한 수치다. 카카오뱅크 수준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멀티플을 부여하면 10조4000억원 수준이다.

국내외에서 사업구조를 비교할 만한 기업이 드물다는 것도 토스가 미국에 눈을 돌린 배경으로 꼽힌다. 비바리퍼블리카가 운영하는 '토스'는 국내 간판 슈퍼앱으로, 금융서비스의 집중화를 바탕으로 우수한 플랫폼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송금 및 결제, 주식 투자, 은행 및 보험비교서비스 등을 모두 한 앱에서 지원하는 플랫폼은 토스가 유일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장 시 밸류에이션을 측정할 때 피어그룹이 중요한데, 해외사례를 찾아봐도 핀테크 플랫폼을 하나의 앱에서 지원하는 경우가 드물다"며 "페이팔의 송금모델과 레볼루트의 은행 서비스, 로빈후드의 주식거래 플랫폼과 더불어 커머스 사업까지 더해져 있기 때문에 미국에서 몸값을 측정하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토스의 미국 상장은 이승건 대표의 안정적인 경영권 유지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지난 2019년 20%에 육박했던 이 대표의 지분율은 대규모 투자 유치를 거치면서 15%대로 떨어진 상태다. IPO를 통해 지분이 더 희석될 경우 이 대표의 지배력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토스가 차등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는 미국에 상장될 경우 이 같은 시장의 우려는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도 뉴욕증시(NYSE)에 상장 당시 보통주보다 의결권이 29배 많은 차등의결권을 인정받아 높은 지배력을 유지했다.

MAU 2000만명 육박하지만 계열사 적자행진 '숙제'



다만 토스가 미국에서 원하는 몸값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MAU가 1910만명에 달하는 등 고객 기반 및 플랫폼 확장성이 우수하지만, 안정적인 수익성 창출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토스의 핵심 축으로 꼽히는 토스뱅크와 토스페이먼츠는 최근 3년(2021~2023년) 연속 순손실을 냈다. 토스뱅크는 올해 연간 흑자전환이 유력하지만 토스페이먼츠는 매년 적자 폭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토스페이먼츠의 당기순손실액은 2021년 203억원에서 지난해 650억원으로 불어났다.

토스인슈어런스도 적자 폭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2021년 119억원이었던 순손익액은 2022년 62억원으로 축소됐다가 지난해 다시 120억원으로 늘었다. 토스증권은 지난해 15억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증시 부진으로 큰 폭의 이익을 내긴 어려운 상황이다.

토스의 계열사들은 사업구조상 수익성을 단기간에 제고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토스페이먼츠는 지급결제시장에서 점유율 확보를 위한 출혈경쟁에 노출돼 경쟁업체 가운데 가장 낮은 수수료를 받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토스페이먼츠는 카드사와 PG사로부터 수수료를 받지만 마케팅비용과 포인트적립, 캐시백 등으로 최종수수료율은 0.5% 미만이다.

토스뱅크와 토스증권도 대손부담 확대, 해외주식 수수료 경쟁, 설계사 유치비용 증가 등의 부담을 떠안고 있다.

전배승 LS증권 연구원은 "성장성이 핵심인 플랫폼 기업의 속성을 감안해도 금융업의 특성상 안정적 수익성 창출이 기업가치 제고의 필수과제"라며 "의미있는 수익성 확보까지 상당기간 소요가 예상된다는 점이 중장기적 기업가치 제고의 가장 큰 위협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박경보 기자 p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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