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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2 (월)

대기업 해외 진출의 ’두 얼굴’…RE100으로 포장, 속뜻은 조세 회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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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간담회의실에서 ‘대전환 재원, 어떻게 모아 어디에 쓸 것인가?’를 주제로 ‘2024 사회대전환 3차 포럼’이 열렸다. 이번 포럼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고려대학교노동문제연구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한국공인노무사회,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공인노무사회, 한국YMCA전국연맹 등 시민사회단체(가나다순)와 더불어민주당 김주영·이수진·장철민·박홍배·백승아 의원,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 조국혁신당 신창식 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의석수 및 가나다 순)이 공동 주최하고,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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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해외 사업장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는 국내 재생에너지 인프라의 한계로 인해 RE100 목표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현실을 반영한다. 그러나 이러한 명분 이면에 조세 감면 혜택을 노린 전략적 행보가 숨겨져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26일 열린 ‘2024 사회대전환 3차 포럼’에서 ‘해외자회사 수익배당금 익금불산입 제도’가 대기업의 해외 투자를 정당화하는 명분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재정세정위원장인 유호림 강남대 교수는 “해외에서 벌어들인 배당금을 비과세 혜택으로 들어오려는 의도를 실현고자 하는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RE100 달성을 위해 해외로 나간다는 좋은 핑계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며 “결과적으로 국내 경제에 실질적인 고용 창출이나 투자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조세 감면의 도구로 전락한 ‘익금불산입 제도’





현행 ‘해외자회사 수익배당금 익금불산입 제도’는 해외에서 벌어들인 배당금 중 95%를 과세 대상에서 제외한다. 이는 이중과세를 방지하고, 해외에서 벌어들인 이익이 국내 투자와 고용으로 연결될 것을 기대하며 도입된 제도다. 그러나 경실련과 포럼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이 제도가 대기업의 조세회피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2023년 삼성전자가 해외에서 받은 배당금만 7조6815억원에 달했으며, 익금불산입 제도로 대부분의 세금을 면제받았다. 이외에도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역시 각각 9930억원, 9895억원의 해외 배당금을 기록했으나, 국내 고용 증가율은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유호림 교수는 “미국은 배당금 비과세 혜택을 자국 내 투자와 연구개발에 활용된 경우에만 적용하고 있지만, 한국은 해외 자회사의 이익 대부분을 세금 없이 국내로 송금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며, 정책의 허점을 지적했다.



한겨레

‘2024 사회대전환 3차 포럼’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유호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정세제위원장, 정세은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 김경민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김종보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 신장식 조국혁신당 국회의원,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한창민 사회민주당 국회의원, 박기현 한국공인노무사회 회장,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장, 최기원 녹색전환연구소 선임연구원, 이동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복지재정위원회 위원장, 오세형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팀장, 유동희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정책본부 부장, 이봉현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대외협력본부 본부장(왼쪽 아래 첫째줄부터 오른쪽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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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전환 위한 재원 마련, 구조적 개혁 필요





전환재원 마련의 긴급성과 방향성을 두고 열린 이번 포럼에서는 단순한 재정 확보를 넘어 어떻게 이를 사회 정의와 지속가능한 경제 전환과 연결할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장은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탄소세 수익의 상당 부분을 에너지 빈곤층 지원이나 지역 커뮤니티 재생에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일의 사례를 들며, “배출권 거래제 수익을 공정 전환 기금으로 활용해 석탄산업 종사자들의 재취업과 재교육을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기업의 해외 행보가 RE100 달성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인지, 아니면 조세 감면 혜택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인지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기원 녹색전환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연평균 약 100조원 이상의 재정 투입이 필요하지만, 정부와 민간이 협력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아직 없다”며, “이를 위해 기존 조세 체계를 개선하고, 정책금융을 적극 활용해 민간 자본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의 미비한 정책 대응이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높았다. 참석자들은 “탄소 국경세, 글로벌 RE100 기준 등 새로운 국제 경제 질서에 적응하지 못할 경우, 한국은 산업과 고용, 환경 모든 측면에서 대규모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전환재정 마련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 과제다. 사회적 합의와 정책적 의지로 이를 실현해 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2024 사회대전환 3차 포럼 자료집 다운로드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gobo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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