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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2 (월)

"그들, 술 대신 콜라 마신다"…쿠팡에 무성한 '모르몬교' 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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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 11일. 쿠팡이 뉴욕증권거래소의 오프닝벨을 울렸다. 11년 전 한국서 시작한 이커머스 스타트업이 뉴욕증시 상장기업으로 변신하는 순간. 창업자 김범석 쿠팡 Inc. 의장과 강한승 쿠팡 대표 등 주요 경영진이 요란하게 박수를 치며 자축했다. 거라브 아난드 최고재무책임자(CFO)도 그곳에 자리했다. 김범석 의장의 왼편 끝에 선 그는 오프닝벨이 울린 순간, 불끈 쥔 주먹을 하늘을 향해 연신 뻗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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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권거래소 오프닝벨을 울린 쿠팡. 거라브 아난드(오른쪽 끝) CFO도 참석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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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라브 CFO는 쿠팡이 뉴욕증시에 상장한 이래 분기별 실적발표(컨퍼런스 콜)에 김범석 의장과 함께 빠짐없이 등장한다. ‘쿠팡의 입’이자 명실상부한 쿠팡의 2인자다. 쿠팡 내부에서는 “거라브가 김범석의 대리인으로 통한다”는 이야기가 정설로 굳어졌다. 숱한 인재들이 쿠팡을 거쳐갔지만, 오랫동안 자리를 지킨 이들은 많지 않다. 거라브 CFO처럼 김범석의 리더십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는 인물들, 그들이 쿠팡을 움직인다.

■ 쿠팡연구 7회 핵심질문

Q1. 쿠팡의 핵심 ‘키맨’은 누구인가

Q2. 이들은 쿠팡을 어떻게 움직이나

Q3. 쿠팡, 지금 이대로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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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 쿠팡 창업자 겸 쿠팡 Inc 이사회 의장. 사진 쿠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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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과 함께 쿠팡을 움직이는 3인



쿠팡은 투자 정보 사이트에서 주요 경영진(management)을 5명으로 소개한다.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거라브 아난드 CFO-강한승 대표-해롤드 로저스 최고행정책임자(CAO)-프라남 콜라리 부사장 순이다. 공식적인 서열이 존재하지 않지만, 쿠팡에서는 대체로 이 순서를 권력의 크기로 여기는 분위기다. 쿠팡의 계열사 대표들이 각자 맡은 사업에만 권한을 행사한다면, 이들은 전사적인 업무 조정에 깊숙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김범석 의장의 최측근으로 ‘좌 해롤드, 우 거라브’란 말이 나올 정도로 상장 전후 두 사람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었다”면서 “지금은 여기에 한국사업을 총괄하는 강한승 대표까지 3인이 쿠팡의 핵심 인물로 통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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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디자이너



김범석 의장의 두터운 신임만큼 이들은 두둑한 보수를 받고 있다. 쿠팡의 2023년 연례보고서(annual report)에 따르면 거라브 아난드 CFO는 지난해 150만 달러(20억원)의 보너스를 받았다. 강한승 대표는 113만 달러(15억원), 헤롤드 로저스 CAO는 85만달러(11억원)을 각각 받았다. 이들은 ‘상장 대박’에도 나란히 함께 했다. 쿠팡이 상장 당시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거라브 아난드 CFO는 126만7500주, 헤롤드 로저스 CAO는 82만4000주, 강한승 대표는 60만524주의 스톡옵션을 각각 받았다. 이를 통해 50억~100억원에 이르는 수익을 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① 아마존 출신 재무통 거라브 CFO



‘우리는 아마존과는 다르다’고 주장하는 쿠팡이지만, 사업 초기만 해도 그들은 아마존의 방식을 철저히 따랐다. 일하는 방식부터 조직문화, 물류 시스템 구축까지 아마존의 방식을 차용했다. 쿠팡은 초기에 아마존 출신의 직원을 많이 뽑고 많이 내보냈다. 쿠팡에서 인사 업무를 담당했던 관계자는 “어떤 회사의 시스템을 가져오는 가장 확실하고 간단한 방법은 그곳의 인재를 영입하는 것이다. 쿠팡이 아마존 출신 영입에 공을 들인 이유도 거기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입한 인사의 능력이 기대치에 못미치는 경우도 많다. 많이 뽑고 그만큼 많이 내보낸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거라브 CFO 역시 아마존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하지만 쿠팡을 스쳐간 숱한 아마존 출신 직원들과는 좀 달랐다.

쿠팡에 재직 중인 외국인 임원 중에 거라브 CFO는 입사 시점이 가장 빠른 축에 속한다. 2017년에 쿠팡에 합류한 그는 글로벌 이커머스 부문 CFO를 시작으로, 최고운영책임자(COO) 등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인도 뭄바이 공대 출신인 그는 2007~2014년까지 아마존에서 재무를 담당했으며, 인도의 아마존격인 ‘플립카트’에서도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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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토종 이커머스업체 플립카트는 아마존과의 경쟁에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거라브 아난드 CFO는 두 회사에서 모두 근무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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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립카트는 아마존 출신 엔지니어가 설립한 후 월마트가 2018년에 인수한 기업이다. 아마존은 인도에도 진출한 상태지만 토종 이커머스 플립카트가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거라브는 세계 1위 이커머스 기업 아마존에서도, 그 아마존으로부터 아성을 지켜낸 플립카트에서도 모두 일한 경험이 있다. 아마존을 따라가면서도 향후 글로벌 이커머스 경쟁을 준비해야 하는 쿠팡으로서는 최적의 영입 인재였던 셈”이라고 설명했다.

② 김앤장 출신 강한승 대표

법조인 출신인 강한승 쿠팡 경영관리총괄 대표이사는 2020년부터 쿠팡을 이끌고 있다. 판사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으며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쿠팡과 연을 맺었다. 쿠팡이 로켓배송을 놓고 택배회사들과 소송할 때 법률 자문을 전담한 것. 소송에서 쿠팡이 승리하면서 능력을 인정받았고 2020년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경영자로 변신했다.

강 대표가 쿠팡에 선임된 배경을 두고 쿠팡의 법무와 정부·국회를 상대하는 대관(대외협력) 업무에 힘을 쏟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쿠팡에서 일했던 한 대기업 임원은 “김범석 의장은 늘 자신감이 충만했지만, 국정감사에 불려가거나 정부의 규제에 대응하는 데는 유독 예민하게 반응했다”면서 “이런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대표를 선임하고자 했다. 복수의 인물이 후보군에 올랐고, 결국 강 대표가 낙점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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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 출석한 강한승 쿠팡 대표이사.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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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쿠팡 내부에서는 강 대표를 단순히 법무·대관에만 특화된 인물로 평가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강 대표가 쿠팡을 맡은 후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등 쿠팡은 성장과 변화를 본격화했다. 익명을 원한 쿠팡 관계자는 “열정과 학습능력이 탁월해서 단기간에 조직을 장악했다. 지금은 경영 전반을 다 챙긴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 대표의 임기는 2026년까지다.

한국 쿠팡은 강한승, 박대준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된다. 강 대표가 회사 운영 전반을 맡고 박 대표가 배달앱 사업 같은 신사업을 담당하는 방식이다. 박 대표는 LG전자와 네이버를 거쳐 쿠팡 정책담당 실장으로 합류했다. 국회 보좌관 출신 등이 배치된 쿠팡의 대관팀은 박 대표 휘하에 편제돼 있지만, 강 대표의 법무 조직 역시 대관 기능을 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법이나 온라인플랫폼법과 관련한 공정위 업무 등 정부 부처를 상대하는 일은 법무팀이 맡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쿠팡의 대관은 국회와 정부를 나눠서 대응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③ 하버드 로스쿨 변호사 해롤드 CAO



해롤드 로저스는 최고행정책임자(CAO) 겸 최고법률책임자다. 하버드 로스쿨 출신의 미국 변호사로 그는 미국 내 법무뿐 아니라 한국과 대만 등 경영 전반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라브 CFO와 함께 그는 주로 미국에 체류하지만, 이따금 한국에 들어와 업무를 보기도 한다. 지난 5월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과의 산합협력 양해각서(MOU) 체결식때도 조 토마스 글로벌 채용 총괄을 이끌고 현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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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쿠팡 대구 풀필먼트센터를 방문한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가운데)와 옆에서 시설을 설명하는 해롤드 로저스 CAO. 사진 쿠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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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하버드 로스쿨에 진학하기 전 모르몬교 계열 대학으로 유명한 브리검영 대학교를 졸업했다. 김범석 의장의 종교는 알려진 바가 없지만, 그의 주변과 쿠팡 외국인 임직원 중에 모르몬교도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범석 의장이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을 다닐 당시 가장 영감을 준 인물로 꼽은 사람은 ‘파괴적 혁신’ 이론을 정립한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1952~2020)다. 그의 아들인 매튜 크리스텐슨은 쿠팡 초기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기도 했다. 크리스텐슨 가문은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 출신으로 대대로 모르몬교도다.

물론 쿠팡과 특정 종교는 무관하다. 하지만 쿠팡 내부에서는 모르몬교의 교리가 쿠팡의 일하는 방식과 꽤 잘 맞는다는 우스개가 있다.

쿠팡의 전직 고위관계자는 “외국인 임원 중에 술 대신 콜라를 마시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이 모르몬교라는 소문이 무성했다”고 전했다.

(계속)

왜 이런 소문이 퍼졌을까요? 외국인 임원들과 김범석 의장의 공통점도 있었다고 하는데요, 그게 뭔지 알아봤습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보세요.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9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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