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여가부
정부서울청사 내 여성가족부 현판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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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여성가족부 국정감사장에선 여가부 장관 자리가 장기간 비어 있는 데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민주당 간사 김한규 의원은 “동네 통장도 이렇게 오래 비워두진 않는다”면서 여가위 차원에서 ‘장관 조속 임명 요구 결의안’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가부 장관 자리는 지난 2월 김현숙 전 장관의 사표 수리 이후 10개월째 공석이다. 신영숙 차관이 직무 대행을 맡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때 ‘여가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취임 후 추진하려 했지만 야당 반발로 실행하지 못했다. 그러자 후임 장관을 임명하지도 않아 아예 부처를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장 공백’이 길어지면서 여가부가 역할을 해야 할 때 나서지 못했다. 올 들어 경기 하남 여자친구 살해 사건, 서울 강남역 의대생 살인 사건, 유튜버 쯔양의 불법 촬영·영상 유포 협박 사건 등 여성 대상 교제 폭력·살인 사건이 빈발해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재발 방지 대책을 내달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하지만 여가부는 눈에 띄는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특히 지난 8월 ‘딥페이크’(얼굴 등을 합성한 가짜 콘텐츠) 성범죄 사건이 터졌을 때 여가부 존재가 희미했다는 의견이 많다. 성폭력 예방 정책 주무 부처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컸는데도, 여가부 역할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신영숙 차관은 국무회의에서 딥페이크 관련 발언을 하지 않았다. 지난 5월 열린 디지털 성폭력 범죄 대책 마련을 위한 당정 협의도 여가부 없이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법무부, 경찰청만 참여했다.
여가부는 현재 장관뿐 아니라 각종 성범죄에서 여성과 아동·청소년을 보호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권익증진국장, 정책기획관 등 핵심 보직도 비어 있다. 여가부는 지난 9개월간 대통령실이나 국회에 장관 임명을 건의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여가부 예산은 올해 1조7234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내년엔 올해보다 5.4% 증가한 1조8163억원이 편성됐다. 딥페이크 등 디지털 성범죄 대응 예산이 대폭 확대됐다.
[김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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