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 가상자산 세금 반발… 민주당, 정부·여당안에 동의
비트코인 이미지.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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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1일 가상 자산(코인) 소득에 대한 과세를 2년 유예하는 소득세법 개정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가상 자산 과세는 2020년 소득세법 개정 때 도입됐지만 투자자들 반대로 지금껏 시행이 유예되다가 내년 1월 1일 시행될 예정이었다. 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여당이 2년 추가 유예를 주장하자, 민주당은 공제 한도를 높이는 선에서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맞섰다. 그러나 민주당이 이날 2년 유예로 선회하면서 가상 자산 과세는 2년 후인 2027년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가상 자산 유예는 깊은 논의 끝에 추가적 제도 정비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했다”며 “과세에 대한 2년 유예에 동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때 여야는 소득세법을 개정해 코인 투자 수익에서 기본 공제액 250만원을 뺀 금액에 22%의 세금을 매기는 가상 자산 과세제를 도입했다. 이후 두 차례 유예를 거쳐 내달 1일 법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정부·여당은 가상 자산 과세 체계가 아직 갖춰지지 않았다며 2년 더 유예하는 개정안을 냈고, 시행을 주장하던 민주당이 2030 세대가 주축인 코인 투자자 반발을 감안해 과세 유예로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가상 자산 과세 유예로 입장을 바꾼 것은 코인 관련 국제 정보 교류가 2027년 시작되는 등 과세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과세를 시행할 경우 국내 코인 투자자들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등 젊은 층의 반발을 감안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그동안 ‘소득 있는 곳에 과세 있다’는 원칙에 따라 가상 자산 과세를 예정대로 시행하되, 공제 한도를 기존 25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하는 법 개정을 주장해 왔다. 그러나 최근 이재명 대표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로 선회한 데서 보듯 중도층 외연 확장 차원에서 가상 자산 과세도 유예로 선회한 것 같다는 얘기다.
민주당은 이날 가상 자산 과세 유예 이유로 “과세 체계에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가상 자산 거래 내역이 파악되는 국내 거래소와 달리, 해외 거래소를 통한 거래는 파악이 안 돼 과세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국제 협약에 의해 2027년부터 정보를 교류하게 돼 있으니 그때까지 미루자는 정부·여당 입장에 어느 정도 동의한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 지도부에서 정무적 판단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중도 외연 확장에 공을 들이는 이재명 대표의 뜻이 반영된 것 같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최근 금투세와 관련해서도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행해야 한다는 당내 목소리가 있었지만 폐지 방침을 정했다. 다만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가상 자산 과세와 달리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초부자 감세’의 완결판”이라며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반대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했다. 이와 관련, 정치권 일각에선 “민주당 지도부가 정부·여당의 초부자 감세를 비판하면서, 정작 각종 금융 소득 과세를 막는 포퓰리즘적 모순에 빠져들었다”는 말이 나왔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국민을 이겨 먹는 정치 없다”며 “국민의힘이 국민들과 함께 주장해 온 가상 자산 과세 유예가 결국 결정됐다”고 했다.
[주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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