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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2 (월)

TSMC 창업자 모리스 창 1989년 만난 이건희 "메모리 반도체 하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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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에서 일화 공개

2013년 모리스 창 TSMC 창업자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에게 연락해 약 10분 동안 TSMC의 미래에 대한 자신의 기대를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젠슨 황에게 “TSMC CEO직에 관심이 있느냐”고 묻고, CEO직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고정적인 월급과 배당을 합치면 “분명 당신의 현재 수입보다 높을 것”이라며 TSMC로 오라고 회유한 것이다. 하지만 젠슨 황은 끝까지 묵묵히 듣고 나서 “나는 이미 직업이 있다”며 제안을 거절했다.

모리스 창(93) TSMC 창업자가 지난 29일 발간한 자서전 ‘장중머우(張忠謀·모리스 창 중국 이름) 자전’ 하권을 통해 밝힌 일화다. 앞서 젠슨 황(61)이 모리스 창을 아버지처럼 여기며 존경한다는 점은 널리 알려졌지만, 모리스 창이 젠슨 황을 자신의 후계자로 세우려 했을 정도로 아꼈다는 일화는 이번에 처음 공개됐다.

조선일보

2022년 12월 모리스 창(왼쪽) TSMC 창업자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의 TSMC 반도체 공장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모리스 창을 아버지처럼 여기는 황 CEO는 TSMC의 주요 행사에 대부분 참석해왔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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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계자 고민 깊었던 모리스 창

이번 자서전은 지난 2018년 상권 이후 6년 만에 출간된 것으로, 모리스 창이 미국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에 재직하던 1964년부터 TSMC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2018년까지를 담았다. 모리스 창의 아내는 대만 연합신문에 “지난 6년 동안 남편이 문장 하나하나를 직접 써내려가는 것을 봤다”며 “가장 공들여 쓴 것은 마지막 장 ‘인수인계의 계획’”이라고 했다. 이는 젠슨 황에게 TSMC CEO직을 제안한 일화가 포함된 장이다.

지금은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붐을 타고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2013년 당시만 해도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TSMC의 10분의 1밖에 안 되는 작은 기업에 불과했다. 당시 젠슨 황은 대만에서 손에 꼽는 대기업 총수가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걷어찬 셈이다. 모리스 창은 몇 주 후 젠슨 황에게 다시 연락해 같은 제안을 했다. 하지만 젠슨 황이 더욱 강경하게 거절해 뜻을 접었다고 회상했다. 모리스 창은 “젠슨 황의 대답은 아주 솔직했다”며 “그가 고집했던 그 ‘직업’은 11년 후 엔비디아를 오늘날의 위치로 끌어올렸다”고 했다.

모리스 창은 젠슨 황을 후계자로 염두에 뒀던 이유에 대해 “나는 TSMC 내부의 수많은 인재들을 잘 알지만, 외부에서 영입한 인재는 색다른 시각과 경험으로 TSMC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젠슨 황이 인품, 비전, 전문성 등 모든 면에서 자신의 후계자로 적합했다고 했다. 젠슨 황이 거절하자 모리스 창은 2013년 리우더인(현 TSMC 회장)과 웨이저자(현 TSMC CEO)를 공동 CEO로 임명하며 퇴임했다.

◇삼성·애플과 인연도 공개

모리스 창은 자서전에서 삼성전자·애플·인텔 등과의 인연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는 1989년 당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대만을 방문했을 때 함께 아침 식사를 한 장면을 회고하며 “당시 이 회장이 대만은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 나서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며 “그가 ‘우리 공장에 한번 와보면 메모리 생산 라인을 만드는 데 얼마나 많은 자본과 인재가 필요한지 알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모리스 창은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 라인을 방문한 기억을 떠올리며 “당시 삼성전자 공장은 내가 봤던 가장 좋은 공장(텍사스 인스트루먼트 일본 공장)에 비해 손색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2013년 애플의 물량을 수주받은 게 TSMC의 큰 전환점이 됐다고 했다. 그 전까지 애플은 삼성전자에 칩 생산을 맡겨왔다. 애플과의 물꼬를 튼 계기는 모리스 창 아내의 사촌 동생인 궈타이밍 폭스콘 창업자를 통해 제프 윌리엄스 애플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초대해 저녁을 대접한 것이다. 이후 팀 쿡 애플 CEO와 점심 자리를 갖게 된 모리스 창은 “쿡은 (당시 아이폰용 칩 생산을 두고 TSMC와 경쟁했던) 인텔에 대해 덤덤히 ‘그들은 위탁 생산에 약하다’고 평가했다”고 회고했다. 이때부터 TSMC는 애플의 물량을 조금씩 얻게 됐고, 2016년부터는 아이폰용 칩을 독점적으로 생산하게 됐다. 현재 애플은 TSMC의 매출 25%를 차지하는 최대 고객사가 됐다.

☞모리스 창(張忠謀·장중머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TSMC를 1987년 대만에서 창업했다. TSMC는 창업 28년 만인 2015년 대만 최대 기업이 됐고, 현재 파운드리 세계 1위다. 모리스 창은 1931년 중국 저장성 닝보시에서 태어났고, 18세 때 미국으로 유학했다. 미국 반도체 기업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에서 25년간 근무했다.

[실리콘밸리=오로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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