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원 기자 |
한국은행은 지난달 28일 올해 실질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4%에서 2.2%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은 더 암울하다. 한은은 내년(1.9%)과 내후년(1.8%) 연속으로 2% 성장을 밑돈다고 전망했다. 일시적인 경기 부진이 아니라 장기 불황의 문턱에 들어섰다는 경고다.
1일 한은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성장률을 분석한 결과 5년 단위로 1%포인트 안팎씩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IMF 외환위기를 겪고 난 2001~2005년에는 연평균 5.02% 성장했다. 이후로 2006~2010년 연평균 4.36%, 2011~2015년 3.12%, 2016~2020년 2.28%로 꾸준히 둔화했다.
한은 분석대로 올해 2.2%, 내년 1.9% 성장률 전망을 적용할 경우 2021~2025년에 연평균 2.56% 성장할 전망이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0.7% 역성장한 뒤 2021년 4.6% 반등한 변수를 제외하면 2%대 초반 성장으로 봐도 무방하다.
1%대 성장률 전망까지 속속 나오는 만큼 2020년대 후반 들어서면 1%대 저성장이 뉴노멀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김주원 기자 |
진짜 문제는 잠재성장률이다. 한은은 이르면 연말까지 새로 추정한 잠재성장률(노동·자본·자원 등 모든 생산요소를 동원하면서 물가를 자극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을 발표할 전망이다. 기존 2% 안팎인 잠재성장률을 1%대로 낮출 가능성이 있다. 쉽게 말해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을 1%대로 본다는 얘기다.
한은이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GDP 갭(gap)률’은 2020년 -2.5%, 2021년 -0.6%, 2022년 -0.3%, 2023년 -1.0%, 2024년 -0.4%, 2025년 -0.3%로 연거푸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GDP 갭률은 실질GDP에서 잠재GDP를 뺀 격차를 잠재GDP로 나눈 백분율 값이다. GDP 갭률이 마이너스면 해당 기간 실질GDP가 잠재GDP를 밑돈다는 의미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단기적 경기 하강이 아니라 장기·구조적 경기 침체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선진국일수록 성장률을 더 끌어올리기 어려운 건 맞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미국(1.6%), 일본(1.4%), 독일(1.0%), 프랑스(1.2%), 영국(1.2%), 호주(1.8%) 같은 선진국도 내년 1%대 성장률에 그친다. 게다가 한국은 지난해 GDP 대비 수출 비중이 35.7%에 달할 정도로 수출에 의존하는 국가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수출로 증가율을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정부·가계부채가 위험 수위라 재정을 풀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수출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내수를 살리는 방법뿐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1970년대 중화학 공업, 1990~2000년대 정보기술(IT) 산업으로 산업 구조를 전환해 돌파구를 찾은 것처럼 인공지능(AI), 첨단반도체, 전기차 등 4차산업으로의 구조 전환과 함께 노동·연금·교육·저출산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계 각국의 정부·기업이 산업 정책으로 함께 대응하는 추세인데 한국은 정치가 기업의 뒷다리를 잡고 있다”며 “정치 리더십으로 구조개혁을 추진하지 않으면 성장률을 반전시키기 어렵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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