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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중국 견제와 공급망 안정을 위해 니어쇼어링(인접국으로 생산기지 이전) 정책을 시행하면서 '기회의 땅'으로 여겨졌던 멕시코가 휘청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멕시코산 제품에 대해 관세 위협 수위를 높이면서다. 강세를 보이던 멕시코 페소화도 투자 불확실성이 커지자 최근 급락하는 모양새다. 여기에 지난 5월부터 한국 기업들에 주던 관세 혜택마저 사라져 니어쇼어링 대상지로서 기대를 품고 멕시코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큰 낭패를 볼 것으로 염려된다.
1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내년 1월 트럼프 당선인 취임과 함께 불거질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위협에 앞서 멕시코 정부가 최근 정책을 변화하면서 한국 기업들은 이미 관세 부담 증가 위험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관세 압박에 대비해 멕시코가 지난 5월 수입 철강·알루미늄 제품 등에 대한 무관세 혜택을 없앴기 때문이다. 멕시코 정부는 수출입 관세 면제 조항인 '레글라 옥타바(Regla 8)'를 개정하면서 임시수입 무관세 혜택을 철폐했다. 본래 철강·알루미늄·섬유 등 1239개 품목은 특정 기간 내 국외로 반출될 예정이면 관세 없이 멕시코에 들여올 수 있었으나 이 같은 혜택이 폐지된 것이다.
멕시코에 생산공장을 둔 국내 업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그간 국내 가전·자동차 업계는 한국·중국산 철강제품을 멕시코에 무관세로 들여와 완성품으로 제조한 뒤 미국 등에 수출해왔다. 하지만 조항 개정 이후 수입 철강에 정상 관세 25%가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생산비용이 크게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위협도 우려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25일 불법이민과 마약밀수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멕시코와 캐나다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앞서 선거유세 기간에는 중국이 멕시코에 자동차 공장을 짓고 있다며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에 2000%의 관세를 물릴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멕시코 생산기지의 최대 장점은 미국·멕시코·캐나다 3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인 신북미자유무역협정(USMCA)에 따라 미국에 무관세로 제품을 팔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위협이 현실화되면 이 같은 장점이 사라지는 셈이다.
삼성전자 LG전자 기아 포스코 등 멕시코에서 가전·자동차 생산기지를 운영하고 있는 국내 기업도 트럼프발 관세 장벽의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멕시코 경제부에 따르면 작년 기준 한국 기업들이 멕시코에 투자할 예정인 금액은 69억달러(약 9조6000억원)로 5위를 기록했다.
멕시코 역시 대미 수출이 차질을 빚으면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멕시코는 대미 수출 의존도가 80%를 넘어 사실상 미국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미 수출이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 1에 달한다.
최근 취임한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친환경·공기업 강화 등 진보 의제를 내세우며 트럼프 당선인과 대조되는 성향을 보이는 점도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다만 셰인바움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의 위협을 의식한 듯 일단 미국의 각종 요구사항에 보조를 맞추는 모양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최근 중국 전기자동차 업체가 멕시코에 투자하는 것과 관련해 "확실한 프로젝트 제안을 확인한 적이 없다"며 선을 긋고 국경 문제에서도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니어쇼어링' 충격 염려에 페소화 가치도 폭락했다. 달러 대비 멕시코 페소화 가치는 최근 8개월 사이 25% 가까이 떨어졌다. 올해 4월 8일 달러당 16.31페소까지 치솟았던 페소화 가치는 이후 급격히 하락세를 보이면서 이날 기준 달러당 20.38달러로 내려앉았다. 2022년 7월 이후 2년4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페소화 가치 하락에 따른 멕시코 현지 업체의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불안 요인도 커지고 있다.
[문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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