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웅 한국대중음악학회 회장이 '임영웅 신드롬' 현상을 설명하고 있다. 이진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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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출범한 한국대중음악학회는 국내 대중음악의 학문적 교류 활성화와 연구 고도화를 위해 결성한 전문 연구단체다. 학회는 매년 두 차례 정기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서울 한국방송통신대에서 트로트 가수 임영웅의 사회문화적 영향력을 분석하는 학술대회를 열었다.
이기웅 한국대중음악학회 회장은 학술대회 전날인 29일 매일경제와 만나 "임영웅은 2020년 '내일은 미스터 트롯' 출연 이후 단순한 인기 가수를 넘어 하나의 사회문화적 현상을 보이고 있지만 그에 대한 학문적 연구는 전무한 수준이었던 만큼 학술대회를 통해 다루기로 했다"고 밝혔다.
학회가 임영웅의 행보를 '신드롬' 수준으로 분류한 배경에는 압도적인 통계가 있다. 그의 공식 유튜브 채널인 '임영웅'은 현재 채널 구독자가 168만명으로, 채널에 올라간 773개 영상 등 콘텐츠의 총조회수는 26억7000만회를 넘어섰다. 또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 '멜론'에서는 누적 스트리밍 횟수가 108억회를 넘으며 솔로 가수로는 유일한 '다이아 클럽'(누적 스트리밍 100억회 이상) 아티스트가 됐다.
이 회장은 "이런 식의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사례는 한국 대중음악사를 통틀어도 극히 드물다"며 "구체적 사례로는 조용필과 서태지, BTS 정도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BTS는 해외 시장에서의 인기를 바탕으로 한국에 역수입된 경우이고 조용필은 TV 보급과 함께 전 국민에게 사랑을 받았던 사례"라며 "임영웅은 X세대 등 특정 세대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시대적 영향력을 보인 서태지와 유사하다"고 덧붙였다.
임영웅 신드롬을 이끈 세대로는 60대 이상의 고학력 중산층 여성을 꼽았다. 기존 대중음악 시장에서 소외됐던 이들을 사로잡으면서 결정적 계기를 맞았다는 평가다. 임영웅 팬덤의 활동 방식이 아이돌 팬덤과 유사하면서도 아티스트·팬 관계에서 결정적 차이가 있다는 점도 주목했다. 통상 아이돌 팬덤은 아티스트에 대해 "내가 키웠다"는 프로듀서나 양육자의 태도라면, 임영웅의 경우 팬덤에 대한 '섬김'과 '배려'가 선행한다는 것이다.
사친(事親)과 효(孝)를 미덕으로 삼는 트로트 장르의 특색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제시했다. '바램'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등 임영웅이 공연한 무대에서 트로트 미학의 핵심 미덕인 가족애를 전달함으로써 팬덤의 결집에 성공했다는 설명이다. 이 회장은 "부모에 대한 사랑과 가족애는 트로트의 영원한 주제이고 장르적 자산"이라며 "임영웅의 음악은 이를 잘 전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임영웅 개인은 물론 팬클럽 '영웅시대'가 연이어 기부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트로트가 표상하는 이 같은 감정 실현을 위해 선행을 비롯한 사회공헌활동이 뒤따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임영웅은 지난달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자신이 개최한 '하나은행 자선축구대회'의 티켓 판매 수익금 12억원 전액을 월드비전과 사랑의열매에 기부했다고 밝혔다. 같은 달 '영웅시대' 그레이 회원(이병남 씨)은 소아 화상 환자 치료에 써달라며 3000달러를 한림화상재단에 기부했다.
다른 트로트 가수들과 구분되는 임영웅의 절제된 창법과 트로트에 국한하지 않는 다양한 레퍼토리 역시 성공 요인으로 꼽혔다. 트로트가 갖는 한(恨)의 정서와 맞닿아 있지만 신파적 감성에 함몰되지 않는 창법이 보다 완숙한 감정 표현에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또 트로트 가수들의 주 수입원이 되는 '행사' 대신 콘서트를 통해 팬과의 유대를 강화한 점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 회장은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트로트는 저속하고 경박하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임영웅은 자신만의 퍼포먼스와 창법으로 장르의 수준을 확장하고 높이는 데 성공했다"며 "현대판 민요로서 트로트의 가치를 앞으로도 다방면에서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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