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1 (일)

트럼프 만난 트뤼도 “마약·국경 공조”…관세 철회는 끝내 없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의 만찬 회담 이튿날인 30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 근처 호텔에서 공항으로 출발하고 있다. 웨스트팜비치/AFP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한테 관세 부과 위협을 받은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트럼프의 사저가 있는 마러라고 리조트로 달려가 국경 문제 등의 협조 방안을 논의했다. 취임도 하지 않는 트럼프의 ‘관세 무기화’의 위력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트럼프는 30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에 전날 3시간에 걸친 트뤼도와의 만찬 회담에서 마약성 진통제와 펜타닐 등 “양국이 해결을 위해 공조해야 할 많은 주제들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노동자들을 위험에 빠트리지 않는 공정한 무역 거래와 미국의 막대한 대 캐나다 무역적자”도 논의했다며 “트뤼도는 이런 끔찍한 미국 가족 파괴 행위를 끝내기 위해 공조하기로 합의했다”고 했다. 트럼프 등은 이밖에도 에너지, 북극, 우크라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중동, 미국~캐나다 파이프라인까지 광범위한 주제가 거론됐다고 했다.



트뤼도는 소셜미디어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제 저녁 식사에 대해 감사한다”며 “우리가 함께 일하는 것을 고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뤼도는 이날 마러라고 리조트 근처 호텔을 나서면서는 전날 트럼프와 “훌륭한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트뤼도 쪽은 트럼프가 지난 25일 소셜미디어로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관세, 중국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한 직후 트럼프와 통화했을 때 만나자는 말이 있었다고 밝혔다. 비공개 회담에는 미국 쪽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 더그 버검 내무장관 지명자,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 등이 배석했다.



이번 회담은 트럼프가 대선 승리 뒤 외국 정부 수반을 공식적으로 만난 첫 사례다. 소셜미디어로 위협을 가한 뒤 동맹국 정상이 사저로 찾아오게 만든 것은 압박을 통해 상대의 기를 꺾고 양보를 받아내겠다는 그의 외교 스타일이 취임 전부터 시동을 건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트럼프는 “매우 생산적”인 대화를 했다면서도 관세 부과 위협을 거둘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집권 1기 때 트뤼도에 대해 “약하다”거나 “부정직하다”며 비하하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트뤼도가 저자세를 보인 배경에는 77%가 미국으로 가는 캐나다의 높은 수출 의존도가 있다. 트뤼도는 전날 미국으로 떠나기 전 “도널드 트럼프가 그렇게 말한다면 그는 그 말을 실천하려고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다. 의문의 여지가 없다”며 관세 부과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관세 부과 위협을 제기할 때는 펜타닐과 무단 월경자 단속 ‘비협조’만을 이유로 내걸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무역적자 문제를 꺼냈다. 미국의 3대 수입 상대국인 캐나다는 지난해 미국과의 무역에서 679억달러(약 95조원)의 상품·서비스 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그런데 지난해 미국 세관 당국이 캐나다와의 국경에서 압수한 펜타닐은 19.5㎏으로 멕시코 국경 쪽 압수량(약 9500㎏)에 크게 못 미친다. 체포한 무단 월경자도 캐나다 국경 쪽은 2023년 10월부터 1년간 2만3천여명인데 멕시코 국경 쪽은 올해 10월만 해도 5만6천여명이다.



이런 수치를 보면 캐나다를 상대로 펜타닐과 무단 월경자 문제를 멕시코와 같은 수준의 문제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을 부적절하다. 트럼프로서는 무역적자 문제를 건드리려고 다른 핑계를 댔다고도 볼 수 있다. 지난해 대미 무역흑자가 514억달러에 이른 한국도 그의 압박 대상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트럼프는 지난 27일에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과 통화해 국경 단속 문제를 논의했다. 그는 멕시코 쪽이 “사실상 국경 봉쇄”에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셰인바움 대통령은 이를 부인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세상의 모든 책방, 한겨레에서 만나자 [세모책]

▶▶핫뉴스, ‘한겨레 텔레그램 뉴스봇’과 함께!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