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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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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파병, 삼정 문란?…"명나라 몰락 원인은 기후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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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사 전문 캐나다 학자의 분석…신간 '몰락의 대가'

연합뉴스

영화 '노량' 중 한 장면
[이스메이커무비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중국 명나라 신종 만력제(1563~1620년)는 9세 때 즉위해 57세로 사망할 때까지 48년을 통치했다. 어렸을 때는 스승이자 섭정 장거정의 엄한 지도 아래 열심히 공부했으나 장거정이 죽고, 잔소리할 사람이 없어지자 금방 게을러졌다. 그는 친정(親政)에 나선 후 초반에는 조금 열심히 정치하려 했으나 세자 책봉 문제 등으로 대신들과 대립한 후 정치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친정 기간 그가 한 일이라곤 왜란에 신음하는 조선을 위해 파병하는 정도밖에 없었다.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일이었으나 무엇 때문인지, '조선 구출 작전'에 그는 진심이었다. 신하들의 반대가 잇따랐지만, 만력제는 조선 파병을 강행했고, 이는 명나라의 쇠락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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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나라 때 세워진 자금성
[EPA=연합뉴스]


명의 몰락은 만력제부터 본격화됐다는 게 주류 역사계의 시각이다. 학계에선 조선 파병, 경제의 몰락, 만연한 부정부패, 삼정(三政)의 문란, 만주족의 침입 등 여러 가지 원인을 꼽는다. 중국사 전문가인 티모시 브룩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UBC) 중국사 교수는 여기에 '기후 변화'를 추가한다. 신간 '몰락의 대가'(너머북스)에서다. 그는 기후 위기로 작황이 나빠져 농산물 가격이 앙등하면서 거대한 제국이 무너지게 됐다고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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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
[연합뉴스 자료사진]


책에 따르면 명나라 말 중국에서 전례 없이 심각한 수준의 한파와 가뭄, 전염병, 돌풍 등 자연재해가 복합적으로 발생해 수백만 명이 숨졌다. 특히 1642년은 최악의 해였다. 당시 사대부였던 진기덕(陳其德)은 "시장에도 구매할 수 있는 쌀이 없었다. 곡물을 가진 상인이 있어도, 사람들은 가격을 묻지 않고 지나쳤다. 부유한 자들은 콩이나 밀을 찾아 헤맸고, 가난한 사람들은 왕겨나 썩은 음식물을 찾아 헤맸다"고 기록했다. 그로부터 2년 후 명나라는 멸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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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 이미지
[너머북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저자는 명 제국을 몰락시킨 극단적인 곡물 가격과 인플레이션을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요인은 '기후'라고 단언한다. 지구의 기온하락과 태양 흑점 활동의 감소 탓에 발생한 '소빙기'(小氷期)가 명 제국 몰락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것이다. 또한 14세기부터 시작된 소빙기가 1630년대 말 더욱 심해지면서 만주족의 남하를 부추겼다고 분석한다.

"명나라의 가격 및 정치체제는 식량 공급의 완전한 붕괴를 견디지 못했다. 만주족은 춥고 건조한 기후에 더 잘 적응했을 수 있으며, 기온이 하강함에 따라 남쪽으로 밀려난 그들은 중국 영토를 가장 혼란스러울 때 점령하고 오늘날까지 계속해서 영향을 끼치는 방식으로 재편했다."

박찬근 옮김. 336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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