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옥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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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위기도 아닌데 내년, 내후년 1%대 저성장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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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수출 경쟁력 위한 산업정책·구조개혁 필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어제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3.25%에서 3%로 0.25%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지난달 금리 인하(0.25%p)까지 포함하면 0.5%p의 빠른 속도로 금리를 내린 것이다. 한은이 연이어 기준금리를 내린 건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두 달간 0.5%p의 기준금리 인하로 대출금리가 그만큼 내려가면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이 6조원 줄어들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1400원대 원-달러 환율이 고착된 외환시장과 가계부채·부동산 불안에도 불구하고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린 것은 경기와 성장 전망이 그만큼 나쁘다는 방증이다. 한은은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을 각 2.2%, 1.9%로 0.2%p씩 낮췄다. 내후년 경제는 1.8%로 더 나빠질 것으로 봤다. 내년 이후 한동안 1%대 저성장이 고착될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이다. 우리 경제성장률이 2%를 밑돈 것은 1954년 국내총생산(GDP) 통계를 집계한 이래 여섯 해뿐이다.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사태 같은 위기도 아닌데 저성장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한은의 금리 인하를 원했던 정부·여당은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정부는 내년도 지출증가율 3.2%의 ‘긴축예산’을 국회에 제출했다. 경기를 살릴 만큼 재정을 풀기 어려운 여건에서 한은이 선제적으로 경기 방어에 나서는 모양새다. 하지만 금리 인하는 환율·가계부채·부동산이라는 불안 요인을 키울 수 있다. 금통위 의견이 엇갈린 장면도 이래서일 것이다. 금통위에서 이창용 총재를 제외한 6명 위원 중 4명은 인하에 동의했지만 유상대 한은 부총재를 비롯한 2명은 동결을 주장했다. 당연직 금통위원인 한은 부총재의 소수 의견은 매우 이례적이다. 2004년 11월 박승 총재 재임 당시 이성태 부총재가 소수 의견을 낸 이래 무려 20년 만의 ‘사건’이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으로서 부총재의 개인적 견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부총재의 한 표는 한은 집행부의 견해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되곤 했다는 점에서 한은 내부의 금리 인하 반대가 만만치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금통위는 물가 안정세와 가계부채 둔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지만 외환시장을 중심으로 시장 모니터링에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
이 총재는 수출 둔화의 원인으로 우리의 경쟁력 하락을 꼽았다. 그는 “금리 인하가 수출 회복을 타깃으로 한 건 아니다”며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산업정책이나 구조개혁을 통해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의 손이 닿지 않는 가려운 곳을 정확히 짚고 긁어주는 정부의 맞춤형 산업정책과 고통이 수반되는 경제 전반의 구조개혁 없이는 답답한 저성장 국면에서 벗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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