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째 내린 폭설로 28일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경기도 수원 SK마이크로웍스공장 내 물류창고 천장이 무너졌다. [사진 경기도소방재난본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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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부터 이틀째 이어진 117년만의 11월 대설에 수도권 각지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28일 오전 4시59분쯤 경기도 용인시 백암면 근창리 한 단독주택에서 쌓인 눈을 치우던 A씨(67)가 쓰러진 나무에 맞아 숨졌다. 습설(濕雪·젖은 눈) 무게에 견디지 못하고 나뭇가지가 부러지면서 A씨를 덮친 것으로 소방당국은 보고 있다. 이어 오전 11시59분쯤 안성시 서운면 자동차부품 제조공장에서 캐노피가 무너지면서 70대 직원 1명이 숨졌다. 전날에는 오전 8시40분쯤 양평군 옥천면의 한 농가에서도 차고가 무너져 70대 남성이, 오후 7시26분쯤 평택시 도일동의 골프연습장에서 제설작업 중 상부 철제 그물이 무너지면서 30대 작업자가 숨졌다.
피해가 컸던 이유는 물기를 가득 머금은 무거운 습설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구조물과 나무가 쓰러지면서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 습설은 습하고 따뜻한 성질의 남서풍이 0도 안팎의 지상으로 올라올 때 함박눈의 형태로 나타난다. 습설은 보통 눈보다 2~3배 정도 무겁다. 가로 10m, 세로 20m 비닐하우스에 습설 50㎝가 쌓이면 비닐하우스가 견뎌야 하는 무게는 덤프트럭 두 대에 해당하는 30t 수준이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습설을 놔두면 한파에 얼음 덩어리가 되는 만큼, 사고 방지를 위해 미리 제거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지붕 위를 올라가는 행동은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경기도 의왕도깨비시장의 지붕도 무너졌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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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 빌딩 옥상, 난간 등에 쌓인 습설 역시 보행자를 위협한다. 이날 퇴근길에도 행인들은 인근 빌딩 난간에서 떨어진 눈 덩어리를 피하느라 바빴다. 빌딩 앞에 설치된 안전선은 무용지물이었다. 강풍이 불면 “팍팍팍”하는 소리와 함께 7~8㎝ 크기의 눈 덩어리가 쏟아졌다. 이날 오후 여의도역 3번출구 인근에서 만난 직장인 김준수(28)씨는 “미끄러질까 봐 땅바닥도 봐야 하고, 얼음이 떨어질까 위도 봐야 한다”며 “그야말로 지옥의 퇴근길”이라고 말했다.
기상청은 올해부터 가벼운 눈, 보통 눈, 무거운 눈 등 눈의 무게를 3단계로 구분해 예보한다. 이는 강수량을 눈으로 환산했을 때의 비율인 ‘수상당량비’로 구분된다. 가벼운 눈인 건설은 수상당량비가 20 초과, 보통 눈은 15 안팎, 습설은 10 이하일 때를 의미한다. 서울 관측소에 내린 눈은 수상당량비 10 정도로 가장 무거운 수준은 아니지만, 양이 많고 시기가 일러 피해를 키웠다. 김성묵 기상청 예보정책과장은 “특히 습설은 물기가 ‘본드’ 역할을 해 잘 떨어지지도 않는다”며 “때이른 폭설로 아직 잎이 지지 않은 나무에 많은 양의 눈 덩어리가 붙으며 피해를 키웠다”고 설명했다.
철제 그물이 무너진 경기도 평택의 한 골프연습장.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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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현장 곳곳에서도 혼선이 빚어졌다. 경기도 화성 기아오토랜드화성1공장과 2공장은 전날 내린 폭설 여파로 한때 가동을 중단했다. 경기도 화성·평택·이천 등에 위치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은 반도체 생산시설에는 피해는 없었지만, 수도권 지역 통근 버스가 도로 상황 악화로 운행에 차질을 빚으면서 재택근무를 권고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폭설은 이날 오후부터 잦아들었지만 밤사이 기온이 급락하면서 29일에도 빙판길 출퇴근 대란이 우려된다. 기상청은 “29일에는 눈 또는 비가 오락가락하겠지만 양은 많지 않은 것”이라며 “아침 기온은 28일보다 5~10도 떨어지고, 바람도 강하게 불어 춥겠다”고 예보했다. 서울은 아침 기온이 영하 4도, 경기도 과천·고양 영하 8도, 강원도 평창 영하 9도까지 기온이 떨어질 전망이다. 체감온도는 과천 영하 11도, 포천·시흥 영하 12도를 기록하는 등 중부 내륙 지역을 중심으로 영하 10도 안팎까지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정은혜·손성배·고석현·김창용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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