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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전례 없는 위기 속, 전례 없는 권한…삼성반도체 수장의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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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현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부회장). 사진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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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반도체 수장인 전영현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부회장)이 위기에 처한 메모리사업부의 조종간을 직접 잡으면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D램, HBM(고대역폭메모리) 전략 경쟁에 관심이 모인다. 삼성은 지난 30년 동안 고수한 메모리 반도체 선두를 올해 SK하이닉스에 내줄 위기에 처했다.

전 부회장이 27일 사장단 인사로 대표이사 부회장은 물론, 메모리사업부장‧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원장까지 겸하자 삼성 안팎에선 “전례 없는 위기 속에, 전례 없는 권한을 위임 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 DS 부문은 곧바로 대대적인 조직개편‧임원 인사에 돌입할 예정이다.

특히 메모리·파운드리·시스템LSI 등 DS부문 3대 사업부 중 메모리 사업부를 전 부회장이 직접 지휘하는 만큼, 삼성 반도체의 뿌리이자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D램 조직의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전 부회장은 반도체연구소·메모리사업부 등 차세대 D램 개발 조직을 개편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까지 D램 선행개발·상품기획 등 일부 임원들에 대한 퇴임 통보가 이뤄졌다. SK하이닉스에 선두를 내준 HBM을 포함해 주요 D램 제품 전략에도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D램 경쟁력 복구’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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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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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지난 5년 동안 무너진 D램 경쟁력을 복원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선 공정 세대를 바꿀 때마다 집적도를 높여 더 작고 성능 좋은 D램을 만든다. 10나노급 첨단 D램 공정은 1x·1y·1z 세대를 넘어 최근엔 1a·1b·1c로 접어들었다. 세대를 거듭할수록 미세한 공정이 적용돼 크기는 줄어들고 성능과 전력 효율은 좋아진다. 이렇게 만든 D램을 토대로 HBM을 비롯해 DDR·LPDDR 등 서버와 스마트폰 등에 탑재되는 주요 메모리 제품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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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D램 공정 경쟁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테크인사이츠]


하지만 지난 8월 SK하이닉스가 1c 공정을 적용해 세계 최초로 DDR5 D램 개발에 성공하는 등 삼성전자는 차세대 D램 개발 경쟁에서 메모리 3사 중 가장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삼성은 올 연말까지 최선단 D램 수율(양품 비율) 확보 총력전에 돌입한 상태다.

삼성전자 내부에선 차세대 D램 개발 방식에서 기본과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앞서 1b에서 D램 개발에 실패해 설계를 중간에 바꾸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는 HBM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HBM3E에서 1a D램을 쓰고 있는데, 경쟁사인 SK하이닉스·마이크론은 한 세대 앞선 1b D램으로 경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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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1b 개발 실패에도 불구, 전 부회장이 연구개발 실무진에는 당장 큰 책임을 묻지 않고 오히려 차차세대 1d D램 개발에 추가로 투입시킨 것으로 안다”면서 “1b에서 겪었던 문제점을 발판 삼아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지가 관건”이라 말했다. D램 공정이 미세화하면서 경쟁사들도 삼성이 먼저 겪은 기술적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HBM도 갈아엎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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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SUMMIT 2024에 SK하이닉스의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 HBM3E가 전시돼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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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부회장은 D램의 경쟁력뿐만 아니라 첨단 패키징(쌓기) 기술까지 요구되는 HBM 전략에서도 변화를 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최근 내부적으로 HBM 패키징에 사용될 다양한 소재·장비를 테스트 중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인사와 조직개편 이후 HBM 생산 공정에 변화를 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미 양산에 돌입한 HBM 12단 제품 경쟁에서 SK하이닉스에 밀린 삼성전자는 최근 국내외 반도체 학회에서 ‘꿈의 패키징 기술’로 꼽히는 하이브리드 본딩 관련 연구결과를 잇따라 발표하며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이 본딩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다만 반도체 업계에서는 하이브리드 본딩을 구현하는 난이도가 생각보다 높아 실제 도입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본다.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지금은 SK하이닉스가 우위에 있지만, 다가올 메모리 전쟁 2차전에선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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