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소보트카 부소장 “선진국들, 혼외자 권장하는 게 아니라, 혼외자라도 좋은 환경에 키울 수 있도록 해”
토마스 소보트카 오스트리아 빈 인구통계학 연구소 부소장이 지난 26일 서울 종로에서 WEEKLY BIZ와 인터뷰를 갖고 “이전 세대보다 더 커진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동아시아 저출생 현상을 불러왔다”고 말했다. /박상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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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선진국에서 혼외자가 많은 것은 혼외자를 ‘권장’해서가 아니라 혼외자라도 좋은 양육 환경에서 키울 수 있다는 사회적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정부도 혼외자에 대한 나쁜 인식부터 불식시켜야 합니다.”
유럽 최고 저출생 전문가로 꼽히는 토마스 소보트카 오스트리아 빈 인구통계학 연구소 부소장은 지난 26일 서울 종로에서 가진 WEEKLY BIZ 인터뷰에서 한국의 지난해 혼외자 비율이 역대 최고치인 4.7%를 찍은 것을 언급하며 “한국 등 동아시아에선 결혼 외에는 출산을 생각지 않는 문화가 저출생 탈출의 발목을 잡는 요인 중 하나라고 본다”고 했다. 최근 배우 정우성의 혼인 외 자녀 문제로 사회가 떠들썩하지만 혼외자에 대한 인식 자체는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그는 통계청과 유엔인구기금(UNFPA)이 공동으로 개최한 ‘제8회 저출생·고령화 국제 심포지엄’ 참석차 이번에 방한했다.
◇'저출생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먼저 저출생이 왜 위험한가.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생산성을 대체할 수 없나.
“저출생은 ‘일반적인 저출생’과 ‘극심한 저출생’으로 구분해 생각해야 한다.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가임기에 낳을 것으로 전망되는 아이의 숫자)이 1.4~1.6명 정도 되는 유럽 국가들의 경우 사회가 다양한 방식으로 저출생에 적응하고 대응할 방법이 있다. 개인 생산성을 끌어올리거나, 여성의 노동 참여를 더 활성화하는 것이 그것이다. 숙련 노동자만 더 받는 이민 정책을 쓸 수도 있다. 그러나 동아시아 국가들은 극심한 저출생 상황에 빠져 있다. 이런 상황에선 AI나 로봇이 해결할 수 없고 인간이 꼭 나서서 해야만 하는 분야의 노동력마저 부족해진다. 보건이나 노인돌봄 같은 서비스가 이에 해당한다.”
-합계출산율이 어느 정도여야 대응 가능한 저출생이라 하나.
“특정한 수치를 말하긴 어렵다. 이민 문화에 얼마나 유연한지 등 국가마다 여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만 봐도 20% 정도 국민은 외국에서 태어난다. 오히려 저출생은 ‘저출생이 지속된 기간’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저출생 함정’이란 개념이 있다. 저출생이 20~30년 길게 이어지면 주변에서 아이들을 볼 수 없게 되고, 사람들이 ‘이게 일반적인 상황이구나’라고 인식하게 된다. 그런 함정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저출생 상황을 빨리 탈출하는 게 중요하다.”
◇아이 키우는 게 더 어려워진 요즘 세대
-한국 등 동아시아에서 저출생이 심각한 이유는.
“단순히 경제적 불안 요인도 있겠지만, 미래에 대한 전반적인 불안이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본다. 특히 최근 세대는 이전 세대에 비해 부모에 대한 기대치가 훨씬 높아졌다. 아이를 기른다는 것에 대한 더 높은 기준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어떤 기준이 높다는 것인가.
“먼저 부모 개인이 아이를 낳기 전에 이루고 싶은 개인 성취 목표가 높아졌다. 두 번째로 보육이나 교육을 하는 데 필요한 경제적인 기대가 높아졌다. 아이가 대학에 입학할 때나 (결혼 등) 어떤 중요한 기점에 놓였을 때 충분한 지원을 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갖췄느냐 하는 것을 말한다. 세 번째로 요즘 세대는 ‘양육의 기술’이란 측면에서도 높은 수준을 요구받는다. 부모들은 육아를 위해 수업을 듣는다거나 책을 읽으며 아이를 키우는 기술이나 전문성을 길러야 한다고 여긴다. 아울러 동아시아 부모들은 자녀가 어떤 대학에 갔는지, 어떤 직업을 가졌는지 등을 자녀의 성과이자 부모의 성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 같은 경쟁 심리 자체가 초저출생을 불러온다.”
◇에스토니아, 고소득자에도 고액의 유급휴직
-제도적으로 어떤 것이 효과를 볼 수 있을까.
“육아휴직처럼 일과 가정을 병행할 수 있게 도와주는 제도가 잘 갖춰져야 한다. 에스토니아 사례를 눈여겨볼 만하다. 에스토니아는 특히 휴직 기간 소득 대체율이 높은 편이다. 평균 소득의 100%를 보장해주고(한국은 통상임금의 80%), 연봉이 매우 높은 사람도 에스토니아 전체 평균 소득의 세 배까진 준다(한국은 내년부터 육아휴직 급여 상한액이 첫 세 달에 250만원까지 지급된 뒤 줄어드는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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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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