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스페이스엑스(X) 최고경영자(CEO·왼)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19일 텍사스주 브라운즈빌에서 열린 스페이스엑스 스타십 로켓 6차 시험발사를 함께 지켜보고 있다. 브라운즈빌/로이터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도널드 트럼프 차기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아 대대적인 정부 구조조정을 예고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자리에 있는 공무원들의 개인 신상을 온라인에 공개하고 ‘좌표 찍기’에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전형적인 사이버불링(온라인 괴롭힘)으로 지목된 이들은 소셜미디어 계정을 폐쇄하는 등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시엔엔(CNN) 방송이 2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머스크는 지난주 엑스(X·옛 트위터)에 기후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 4명의 이름과 직책을 공개하는 게시글 2개를 공유했다. 그는 지난 20일 국제개발금융공사(USIDFC)의 기후 다변화 국장을 고용하기 위해 돈을 낼 필요가 없다고 적은 익명 계정 ‘데이터 해저드’ 글에 “가짜 일자리가 너무 많다”고 호응했다. 전날인 19일에도 같은 계정이 공개한 보건복지부 환경 정의·기후변화 선임 고문, 주택도시개발부 선임 기후 고문, 에너지부 대출프로그램 사무국 최고 책임자의 이름과 그들에게 고연봉을 주는 것이 과도하다는 취지의 글을 공유하고 “그러나 어쩌면 그녀의 조언은 놀라울 것”이라고 비꼬았다. 원글을 올린 계정 운영자는 논란이 커지자 추가 게시물을 올려 “존재해선 안 되는 정보 고위직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를 괴롭혀서는 안 된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면서도 “고위 공무원은 단순한 평직원이 아니다. 우리는 누가 정부를 운영하고 있으며,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 알 자격이 있다”고 밝혔다.
시엔엔은 머스크가 공개 지목한 이들이 온라인에서 비판받았고, 소셜미디어 계정을 닫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공무원들도 자신이 지목당해 위협을 당할까봐 두려워하고 있다고 했다. 에버렛 켈리 연방공무원노조(AFGE) 위원장은 머스크가 “공무원들이 겁먹고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를 내비친 것이라고 반발했다.
머스크의 이런 행태는 처음이 아니다. 앞서 메리 커밍스 조지메이슨대 교수(컴퓨터공학)는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서 근무할 당시, 테슬라의 운전자 보조 프로그램을 비판한 뒤 머스크에게 공개 비판을 당한 적이 있다고 시엔엔에 밝혔다. 그는 이후 머스크의 지지자들로부터 공격을 당해 거주지까지 옮겼고 공직에서도 물러났다. 그는 이날 시엔엔에 “사람들이 그만두도록 겁박하거나, 다른 기관에 ‘다음은 너’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엔엔은 이런 사이버불링의 문제점을 짚어줄 전문가와 학자들에게도 취재를 요청했으나 몇명은 자신 또한 머스크에게 ‘좌표 찍기’를 당할까봐 응하지 않았다고도 전했다.
일론 머스크의 엑스(X) 게시물 갈무리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일론 머스크의 엑스(X) 게시물 갈무리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편 뉴욕타임스는 머스크의 정부효율부가 트럼프 취임 뒤 의회의 저항, 시민단체의 소송, 연방 규정에 따른 지연 등에 직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의회가 수정헌법에 따라 국가 예산과 수입을 관리, 할당하고 공공 지출을 통제하는 능력인 이른바 ‘자금 조달 권한’(Power of the Purse)을 행정부 견제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럴 경우 정부효율부가 연방 재정 감축을 위해 계획하는 ‘지출 거부 방식’과 충돌해 혼란이 커질 수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경제회복자문위원회 위원을 역임한 로버트 울프 전 유비에스(UBS) 아메리카 대표는 폭스뉴스에 출연해 “그들은 자금 조달 권한을 갖고 있지 않으며, (정부효율부는) 공식적이거나 실제적 구조를 가진 기관도 아니다”라며 “행정명령을 통한 시도는 법정에서 부딪힐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 (이런 계획들을) 실행할 수 있는지 여부가 관심을 끌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세상의 모든 책방, 한겨레에서 만나자 [세모책]
▶▶핫뉴스, ‘한겨레 텔레그램 뉴스봇’과 함께!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