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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전기차 화재 원인 ‘오리무중’…수사 어떻게 했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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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5일 오후 인천 서구 청라동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마친 경찰이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를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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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 원인에 대한 수사는 배터리 팩 내부적 요인, 충격 등 외부 요인 등 두 가지 가능성을 열어놓고 진행됐다. 하지만 경찰이 두 가능성 모두 명확한 화재 원인으로 지목하는데 실패하면서 수사는 마무리됐다.



인천경찰청 형사기동대는 28일 기자 간담회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에서 나온 가능성을 충분히 수사했지만 결국 원인을 밝혀내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앞서 국과수는 배터리 팩 내부의 절연 파괴 과정에서 발생한 전기적 발열에 따른 발화, 배터리 팩 외부 충격에 따른 손상 등 내·외부적인 요인 가능성을 화재 원인으로 제시한 바 있다.



경찰은 배터리 내부 문제였을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해 벤츠 본사 기술책임자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를 진행, 배터리 수입과 장착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를 확인했다. 하지만 해당 조사에서 “배터리 셀을 납품받고 조립해 장착하는 과정에서 진행하는 품질 검사 시스템이 있는데, 이번 제품은 그런 문제가 없었다”는 진술을 확보하는데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해당 차량이 수입돼 국내로 들어올 때 진행하는 통관 절차도 살펴봤지만, 특이 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경찰은 배터리 셀 제조회사인 파라시스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못했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배터리 셀 제조사인 파라시스는 배터리 자체 문제가 발견됐을 때 진행할 수 있다. 배터리 자체의 결함 가능성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여서 조사하지 못했다”며 “해당 배터리 셀에 대한 리콜 조치 등도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외부 충격 가능성에 대한 수사는 더욱 구체적으로 진행됐다. 경찰은 차량 밑면에 있던 배터리 팩에서 외부 충격흔을 발견하기도 했다. 이에 경찰은 해당 차량이 마지막으로 완충된 이후(발화 59시간 전) 이동 동선을 확인하고 그 과정에 있는 과속 방지턱을 확인했다. 또 해당 차량의 사고 이력, 정비 이력 등도 확인했지만 특이점을 확인하지 못했다.



특히 지난해 11월과 지난 4월 차량 하부점검에서도 특이점이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차량 운전자의 휴대전화를 임의 제출받아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하는 등 차량의 동선을 확인하는 작업을 거쳤지만 화재 원인으로 볼만한 외부 충격은 확인하지 못했다. 배터리팩에 있던 외부 충격흔 만으로 화재 원인을 특정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배터리 관리장치(BMS) 데이터가 화재로 전부 사라진 것도 수사를 어렵게 만든 요인이다. 배터리 관리장치는 배터리가 정상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말한다. 차량 운행 과정에서 배터리의 온도 변화, 용량 등이 기록되기 때문에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있는 키이기도 했다. 하지만 국과수는 해당 배터리 관리장치에서 영구적인 손상이 발생해 데이터 추출에 실패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배터리 관리장치를 일종의 항공기 블랙박스처럼 관리, 배터리에 대한 기록이 영구적으로 보관되도록 하는 정책을 정부에 제안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경찰이 화재 원인을 밝혀내지 못함에 따라 전기차 화재에 의한 피해 보상 주체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화재로 피해를 본 차량은 각 차주의 자차보험으로 우선 보상이 이뤄진다. 이후 각 보험사는 화재 원인 제공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



경찰은 아파트 관리소장과 소방안전관리 책임자, 야간 당직자 2명 등 모두 4명에게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검찰에 넘길 예정이다. 지난 8월1일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벤츠 EQE350 전기 차량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23명이 연기를 흡입하고 이 중 3명은 상해 진단을 받는 손해를 입었다. 또 차량 수십대가 불에 타는 피해도 보았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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