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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1990년 1월22일 민주정의당·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의 3당 합당 발표로 민주자유당이 탄생한 이래, 한국 거대 보수정당의 일곱번째 이름이다. 보수는 안정과 전통을 중시한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한국에서 보수정당은 총선·대선 참패나 대통령 탄핵 등 대형 악재를 겪을 때마다, 큰 선거를 앞두고 간판을 바꿔왔다. 민주자유당(5년10개월 존속)→신한국당(1년11개월)→한나라당(14년3개월)→새누리당(5년)→자유한국당(3년)→미래통합당(6개월)→국민의힘(현재 4년3개월)으로 바뀌어왔다.
국민의힘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2017년 3월)과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시절의 대선(2017년 5월)·지방선거(2018년 6월)·총선(2020년 4월) 연패라는 보수 암흑기를 거쳐 탄생한 정당이다. 2020년 9월 김종인 비대위원장 체제에서 1만7천여건의 공모를 거쳐 당명을 확정했다. ‘보수정당의 가치가 안 보인다’거나 ‘안철수의 국민의당과 비슷하다’는 등 반론을 뚫고 채택된 이름인데, 이후 “국민의짐” 같은 별명으로 변주가 이어졌다. 12·3 내란사태 뒤에는 대통령 윤석열 탄핵에 대한 입장 등을 놓고 당내에서 “우리가 ‘중진의힘’이냐” “당명이 ‘내란의힘’은 아니잖냐”는 얘기가 나왔다.
윤석열의 ‘내란’은 박근혜의 ‘최순실 국정농단’과 비교할 수 없는 반헌법·반민주·반역사 범죄인데도, 국민의힘은 오히려 8년 전과 거꾸로 움직이고 있다. 박근혜 때 이 당은 탄핵소추안 표결에 자유투표로 임했고, 62명이 찬성표를 던졌으며, 바른정당 등 분당이 뒤따랐다.
그러나 이번에는 ‘탄핵 반대’ 당론을 고수했고, 찬성표는 12명에 그쳤으며, 집단 탈당·분당 조짐은 안 보인다. 국민의힘이 박근혜 탄핵에서 얻은 교훈이 ‘탄핵은 배신’ ‘분열은 폭망’이라는 전근대적 조폭 논리뿐이었다는 뜻이다. 외연 확장 등 쇄신은 뒷전이었다. 1996~2016년 사이 6차례 총선에서 35~81석에 이르던 국민의힘 수도권 의석이 2020년(16명), 2024년(19명) 총선에서는 20명 밑으로 떨어진 점이 이를 방증한다. 이렇게 가다간 국민의힘이 ‘영남 자민련’이 아니라 그 자체로 지역·극우 당의 대명사가 될 수 있다.
4년 전 국민의힘은 당명에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힘 △국민을 위해 행사하는 힘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힘이라는 세 가지 의미를 부여했다. 지금 국민의힘에 국민은 없다.
황준범 논설위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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