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제 예외' 조항에 막힌 K칩스법 이달 국회 통과 무산
트럼프발 '반도체 보조금 전면 재검토' 우려…정부 "총력 지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인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혁신성장을 위한 특별법안을 접수하고 있다. 2024.11.11/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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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K-반도체 앞날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주요 경쟁국의 공세적인 투자에 맞서 반도체특별법(K칩스법)을 제정하려던 노력은 여야 이견에 공전하게 됐다.
설상가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이 자국 내 투자한 반도체 기업의 보조금 지급 혜택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며 안팎으로 악재가 겹쳤다.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에 막힌 'K칩스법'…28일 국회 본회의 통과 무산
28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반도체업계 등에 따르면 여야가 각각 발의한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반도체특별법)'이 지난 26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위 안건에도 오르지 못하면서, 이날 본회의 처리가 무산됐다.
반도체산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에는 여야 간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주 52시간 예외(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조항에 대한 이견이 컸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발의한 특별법안의 핵심은 소위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조항이다. 미국에서는 고소득 전문직에 한해 근로시간 규제를 면제해 주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노사 합의를 전제로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을 주 52시간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게 골자다.
하지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강한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소위 안건에 오르지도 못했다. 민주당은 '주 52시간제 적용'을 포함한 반도체특별법을 발의한 상태다.
세계 반도체 패권 다툼이 격화하는 상황 속 여당은 야당에 '대승적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주 52시간 예외' 조항에만 시선이 쏠리면서, 국가 미래를 위한 정책 지원은 또 다른 정쟁의 불쏘시개가 된 모습이다.
실제 한국노총은 전날 국민의힘이 발의한 특별법안과 관련, 해당 법안의 폐기 및 논의 중단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고용노동부 장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국민의힘 대표, 더불어민주당 대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위원장,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위원장에게 보냈다.
한국노총은 의견서에 "(국힘)특별법안은 근기법상 노동시간, 휴게·휴일 등 중요 노동조건을 배제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어 노동자의 생명·안전·건강권 침해 등의 심각한 후퇴가 우려된다"고 반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2024.11.14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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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쇼크 현실화?…美 반도체 보조금 재검토 주장 제기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우려가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바이든 정부에서 결정된 미국의 반도체 보조금에 대해 최근 트럼프 당선인 측에서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기 때문이다.
우려가 현실화하면 이미 공장 건설 등 현지 투자에 나선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는 사업에 큰 차질이 불가피하다. 두 회사가 미국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직접 보조금은 모두 합쳐 한화로 약 9조 4000억 원(68억 500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론 머스크와 함께 미국 정부효율부(DOGE)를 이끌 비벡 라마스와미는 26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의 폴리티코 인터뷰 내용을 언급하며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러몬도 장관은 지난주 반도체법과 관련해 "우리가 떠날 때까지 지불해야 할 돈은 다 지불하고 싶다"고 발언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상무부가 반도체 보조금 지원 대상으로 선정한 기업들에 금액을 신속히 지급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이와 관련해 라마스와미는 "그들(바이든 행정부)이 정권 인수 전에 지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보조금을 아직 받지 못한 상황인데, 자칫 절차가 늦어져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게 되면 '보조금 전면 재검토'가 현실화될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트럼프는 관세가 국내 제조업을 장려하는 데 더 나은 접근 방식이라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반도체법을 "너무 나쁘다"고 비판했다.
다만 아직까지 현행 반도체법을 폐지하겠다는 언급은 하지 않았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서 열린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11.27/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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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각을 다투는 반도체시장, 정부 먼저 뛴다…K반도체에 정책금융 14조 투입
국회 반도체특별법 지원 논의 일정과는 무관하게 정부는 당장 행정부에서 할 수 있는 총력 지원에 나섰다. 정부는 전날 성남시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반도체 생태계 지원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정부는 반도체특별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될 경우 용인·평택 반도체 클러스터 송전 인프라 구축에 대한 기업 부담 경감방안을 즉시 마련하기로 했다.
용인·평택 반도체 클러스터 송전 인프라 구축 사업의 총사업비는 약 3조 원 수준으로, 그중 약 1조 8000억 원을 차지하는 '송전선로 지중화' 사업과 관련해 정부가 비용 분담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또 국가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에 대한 정부 지원 한도를 현 500억 원에서 상향하는 등 추가 지원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는 국회와 협의해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 대상에 R&D 장비 등 연구개발을 위한 시설투자를 포함하는 안도 추진한다. 올해 세법개정안에서도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율을 현행 대·중견기업(15%), 중소기업(25%)에서 각각 10%포인트(p)씩 상향하기로 했다.
또 현재 석영유리기판(3%)에 적용된 할당관세를 연장하고 CCL용 동박 및 유리섬유와 주석 잉곳에도 추가로 8%의 할당관세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소부장, 팹리스, 제조 등 반도체 전 분야에 대해 14조 원 이상의 정책금융 지원, 펀드 투자도 본격 집행한다. 특히 내년 1200억 원의 신규 반도체 생태계 펀드를 조성하고, 연내 200억 원 규모의 '시스템반도체 상생펀드' 투자도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회의 반도체특별법 제정 논의에 적극 참여하고, 추가적인 재정·세제지원 과제도 국회와 신속히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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