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미수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 |
대부분의 나라에서 보험계약법을 단행법으로 입법하고 있듯이 법적 안정성과 소비자보호를 위해 독립법 제정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보험계약법은 1962년 1월 20일 제정돼 1963년부터 시행된 상법 제4편 보험에 관한 규정을 말한다. 보험거래는 일반 상거래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어 상법에서 함께 묶어두는 것은 소비자보호 관점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상법은 상인의 영업조직과 그 활동을 규율하는 법률이고 상인은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의 주체로서 보험사업이 상인인 주식회사에 의해서 영위되는 상행위라면 상법에 보험계약법을 두는 것도 무방하다.
그러나 보험은 인류의 경제생활을 위협하는 갖가지 위험을 위험공동체로 구성해 효율적으로 분산하고 이를 관리해 불의의 사고에 대비하는 특수한 사업이다. 보험계약도 보험자와 보험계약자 사이에 이루어지는 계약이지만 우연한 사고의 발생을 전제로 보험료와 보험금을 지급하는 특수한 계약이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계약의 논리로 접근하기 어렵다.
이러한 면에서 보험법의 이념은 상법의 이념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므로 보험계약법을 상법에 그대로 두기보다 이를 독립법으로 분리하는 것이 법리적으로 필요하다.
정보와 경제력, 협상력 등에서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는 보험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제도가 요구되고 있고 해외 주요국의 법 개정 방향도 보험소비자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보험계약법을 단행법으로 입법하고 있으며 스위스의 1908년 보험계약법, 독일의 1908년 보험계약법, 프랑스의 1930년 보험계약법이 대표적이다. 중국은 1995년에 중화인민공화국보험법을 단행법으로 제정해 시행하고 있고 일본도 2008년 보험에 관한 규정을 상법에서 분리해 보험법을 단행법으로 제정하였다.
보험계약법 독립법 제정 방향을 검토해 보면, 먼저 소비자보호를 강화해야 한다. 보험계약 체결 시 보험자는 보험약관의 중요한 내용을 설명할 의무인 정보제공의무가 있는데 이를 보완하여 계약성립 전후로 나누어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고지의무 관련 보험계약자는 계약체결 시 중요한 사항을 고지하여야 하며 여기에서 중요한 사항이란 보험자가 위험의 인수여부 및 보험료를 판단하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이라고 규정되어 있다. 보험자가 질문한 사항에 답하면 고지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독일 보험계약법과 일본 보험법에서도 자발적인 고지의무가 아닌 보험계약자는 보험자가 문서로 질문한 위험 사실만 고지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어 있다.
아울러 보험사기에 대한 제재로 선의의 보험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 현행 상법 보험편에는 사기에 의한 보험금 청구와 관련한 조항이 없고 표준약관에만 사기에 의한 보험금 청구 시 보험자에게 보험계약의 해지권을 인정하고 있다. 현재 표준약관만으로 보험금 사기 청구에 충분히 대응할 수 없으므로 사기 청구에 대한 강한 제재를 부여해 선의의 보험소비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
이와함께 공제에 대한 감독 일원화도 필요하다. 2014년 상법 개정 시 상법 제664조에 공제관계 등에도 그 성질에 반하지 않는 한 상법 보험편 규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으나 공제소비자는 충분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민법 적용을 받던 공제계약이 보험법 제정으로 보험법으로 규제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공제 관련 민원 및 분쟁이 감소하였다고 한다. 공제계약을 보험계약의 하나의 유형에 포함시켜 규제함으로써 일원화된 감독체계를 통해 공제소비자보호를 강화해야 한다.
이 외 환경변화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보험과 온라인 보험의 활성화로 인해 전통적인 대면계약 방식이 아닌 비대면 계약이 증가하고 있어 새로운 형태의 계약 방식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금융 확산에 따른 환경변화를 보험모집 및 계약체결에 반영해야 한다.
상법 보험편을 독립된 법률로서 보험계약법의 위상을 재정립하게 되면 소비자들의 인식과 이해를 높일 수 있다. 또한 독립된 법으로 계약당사자간의 권리의무관계를 법률에 명확하게 규정해 보험분쟁을 예방할 수 있고 보험소비자보호도 강화할 수 있다.
보험소비자의 지위를 보다 강화하고 디지털시대에 부합하는 보험거래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보험계약법 독립법 제정이 필요하다.
최미수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 cms@sd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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