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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트럼프, 김정은과 정상회담 하나…“북, 주한미군 철수 요구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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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19년 6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파주/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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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쪽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직접 대화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내년 1월 20일 취임 뒤 이른 시기에 북미 정상회담이 추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실제 트럼프 당선자는 대선 과정에서 김 위원장과 친분을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1기 때와 확연히 달라진 북한과 주변 여건을 감안할 때 성사되더라도 1기 때 협상의 목표였던 ‘비핵화’를 달성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란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자는 공화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지난 7월 전당대회에서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누군가와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다. 우리가 재집권하면 나는 그(김정은)와 잘 지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그는 여러차례 정상회담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1기 북미 정상외교에 실무자로 참여한 랜들 슈라이버 전 미 국방부 차관보는 지난 21일 미국 허드슨연구소 주최 토론회에서 “트럼프는 분명히 김정은과 다시 협상하려고 할 것”이라며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에 만족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트럼프 1기 대북 협상 실무에 깊숙이 관여했던 알렉스 웡을 대통령 수석 보좌관이자 국가안보 부보좌관에 임명한 것도 이런 의지를 피력한 것이란 분석이 있다. 북한 문제에 정통한 전직 미 정보기관 고위 분석가는 한미경제연구소(KEI)에 “여러 측면에서 (웡 임명은) 트럼프가 김정은과의 협상에 강한 열의를 가지고 있다는 가설을 뒷받침한다”라며 “좋든 나쁘든 평양도 그렇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1기 때와 여러 조건이 달라졌기 때문에 회담 성사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도 많다. 당시와 달리 북한은 러시아와 사실상 ‘동맹’ 관계를 맺고 있고, 중국과도 여전히 밀접하다. 싱가포르·하노이 정상회담 당시엔 중국과 러시아가 국제 제재를 대체로 준수했지만 지금 두 나라는 유엔의 대북 추가 제재 조치에 반대한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기술도 더욱 고도화했다. 실제 김 위원장은 지난 21일 평양에서 열린 무장장비전시회 개막 연설에서 “이미 미국과 함께 협상주로의 갈 수 있는 곳까지 다 가보았다”며 “우리 손으로 군사적 균형의 추를 내리우는 일은 영원히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은 1기 때와 전혀 다른 그림을 추구할 수 있다고 미국 내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랜들 슈라이버 전 미 국방부 차관보는 “(재개될 협상은) 1기 때와는 다른 구도를 가질 것이며, 싱가포르와 하노이에서 열린 두 차례 정상회담과도 다를 것”이라며 “비핵화 목표뿐만 아니라 경제적 지원이나 한국전쟁의 공식 종전 선언 같은 더 광범위한 의제를 논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북한이 비핵화를 전면 거부하며, 러시아라는 뒷배까지 확보한 상황에서 비핵화를 의제화하려면 북한이 바라는 모든 정치·경제적 요구를 테이블 위에 올려야 한다는 뜻이다.



북한과 외교 경험이 많은 전직 국무부 고위 관리 에번스 리비어도 한미경제연구소(KEI)에 “핵무기는 이제 북한 정권의 디엔에이에 자리 잡았다”며 “북한이 논의할 준비가 되어 있을 수 있는 유일한 합의는 미국과 ‘핵보유국 대 핵보유국’으로 앉아 군비 통제를 논의하는 형태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핵보유국 인정’에서 더 나아간 요구사항을 내놓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다니엘 스나이더 한미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익명의 북한 문제 베테랑 정보 분석가를 인용해 “김정은이 보기에 양보해야 하는 쪽은 미국이다.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만으로 충분치 않다.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까지 요구할 것이다. 이미 트럼프가 1기 임기 말에 의제로 올렸던 사안”이라며 “주한미군을 철수시킬 수 있다면 김정은은 완전히 만족할 것이다. 따라서 현재 이 상황은 매우 위험하다”라고 진단했다.



미들베리 연구소 산하 비확산 연구센터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시그프리드 헤커 전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 소장과 로버트 칼린 전 북한 담당 정보 전문가는 “2022년 1월 이후 목격한 북한의 변화는 전술적 속임수가 아니다. 지난 30년 정책과의 근본적인 단절로, 북한 지도부가 내린 전략적 결정”이라며 “평양이 미국에 다시 문을 연다면 그 문은 거의 확실히 본질적으로 다른 방으로 이어질 것이다”라고 결론낸 바 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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