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일 레바논 베이루트 다히예의 이스라엘군 공습 현장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다히예/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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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안보 내각이 휴전안을 통과시켰다. 중재에 나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이를 공식 확인했다. 27일 오전 4시(현지시각, 한국 시간 오전 11시) 발효된다.
시엔엔(CNN) 등은 이스라엘 안보 내각이 투표를 통해 미국 등이 중재한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와의 휴전안을 통과시켰다고 2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찬성 10명과 반대 1명이었다. 반대 목소리를 꾸준히 내왔던 극우적 성향의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역사적 실수”라며 합의에 반대했지만 연립 내각을 탈퇴하진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나지브 미카티 레바논 총리도 이 합의를 환영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엑스(X)에 “레바논에 평화와 안정을 가져다줄 것이며, 이주민들이 집과 도시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휴전안은 미국이 제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중동 특사인 에이머스 혹스틴 백악관 선임고문은 19~21일 레바논과 이스라엘을 연달아 방문해 앞서 미국이 제시한 휴전안을 논의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앙쪽이 60일 동안 휴전하고, 2006년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701호에 따라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에서 철수하고 헤즈볼라는 레바논과 이스라엘 국경에서 25㎞ 떨어진 리타니강 북쪽으로 철수하는 내용이다. 철수하는 동안은 레바논군과 유엔평화유지군(UNIFIL)이 주둔한다. 또 이행을 감시·관리하기 위한 미국 주도의 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스라엘과 긴장 관계였던 프랑스도 위원회에 참여하기로 합의했다.
이스라엘 매체 와이넷이 공개한 합의 조항인 13개를 보면, 위 내용 외에도 레바논에서 무기와 무기 관련 자재를 생산하는 모든 허가받지 않은 시설은 해체되며, 이를 준수하지 않는 무기류는 압수된다. 또 예상되는 위반 사례에 대해 이스라엘과 레바논은 보고서를 위원회와 유엔평화유지군에 제출한다.
이와 함께 미국이 이스라엘에 보장하는 안이 더 있는 것도 주목된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헤즈볼라가 레바논군에 침투하는 것을 포함한 위반행위에 대해 민감한 정보를 공유할 계획이며, 미국은 이스라엘이 제공한 정보를 레바논 정부 또는 위원회와 공유해 위반 사항을 해결하도록 할 수 있다. 또 미국은 이란의 레바논 내 활동을 억제하기 위해 이스라엘과 협력하고, 이란 영토에서 무기와 조직이 이전되는 것을 방지한다. 미국은 이스라엘이 국제법에 따라 레바논 영토에서 발생하는 위협에 대응할 권리가 있음을 인정하고, 헤즈볼라 거점 지역인 레바논 남부에서 위협 상황이 발생하면 조치할 권리를 이스라엘이 갖도록 하고, 미국에 알리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또 이스라엘 항공기가 음속 장벽을 넘지 않는 한 정보 수집과 감시, 정찰 목적으로 비행할 수 있도록 보장했다. 음속장벽은 비행기가 마하 1, 시속 1224㎞의 음속을 넘으려 할 때 눈에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히는 것과 같이 되는 현상으로 지상에서는 ‘펑’ 소리가 나는 현상이다.
이에 대해 아직 헤즈볼라는 입장을 내고 있지 않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각)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의 휴전 협정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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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도 휴전안 채택을 공식 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6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연설하면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를 대리하는 레바논 정부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사이의 파괴적 갈등을 종식하기 위한” 제안을 수용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휴전안을 승인하고 이스라엘 내각에 투표를 부친 뒤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레바논을 나누는 국경을 가로질러 치명적 갈등이 벌어진 지 거의 14개월이 지났지만, 이 순간을 이루기 위해 협력해 준 마크롱 대통령에게 감사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과의 동맹도 강조했다. 그는 “헤즈볼라가 합의를 위반하더라도 이스라엘은 자신을 방어할 권리를 유지할 것이다. 레바논의 주권도 유지되어야 하고 새로운 시작이 허용되어야 한다”며 “하마스는 이제 선택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 과정에서 싸움을 끝내는 것”이며 “동맹국인 이집트, 튀르키예, 카타르의 도움을 받아 가자에서 휴전 협정을 추진하려 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휴전 협정이 가자지구 전쟁 종식을 위한 길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보도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지속가능한 정치적 해결책”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영국과 동맹국이 중동에서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은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매우 고무적 소식”이라고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 합의로 두 나라 국민이 겪고 있는 폭력, 파괴, 고통이 종식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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