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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반복적 증언 요구, 방어권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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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1심 무죄’ 법조계·법학계 전문가에게 물어봤더니] 문제 있다

조선일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 1심 선고를 앞둔 25일 자유통일당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인근에서 이 대표 법정 구속 촉구 기자회견을 열자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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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위증 교사’ 사건 1심 판결에 비판적인 법조인과 법학자들은 ”재판부가 위증 교사의 범위를 너무 협소하게 해석했다”고 지적했다. 박광민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재판부가 ‘이 대표에게 위증 교사의 고의가 없었고, 이 대표의 증언 부탁이 방어권의 정도를 벗어나지도 않았다’고 판단한 것은 법리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박 명예교수는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에게 충분한 방어권 행사를 보장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방어권 범위를 넘어서는 행동을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이 대표는 김진성씨가 ‘내용을 모른다’고 했는데도 계속 사건에 관해 묻고 변론요지서까지 보냈다”면서 “이는 위증의 고의를 갖고 있지 않았던 김씨에게 위증을 적극 요청한 것으로, 방어권 보장 범위를 넘어섰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박 명예교수는 “고의성이 주관적 판단 요소이긴 하지만, 이 대표의 행동 등 주변 정황으로 이 대표에게 위증 교사의 고의성이 있다고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면서 “1심 판결은 항소심에서 뒤집힐 거라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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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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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상훈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법원이 ‘고의성’ 기준을 너무 좁게 해석한 것 같다. 기교적인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이 대표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김씨에게 여러 차례 연락해 반복적으로 증언을 요청했는데 당시 이 대표는 경기도지사였고 김씨는 백현동 사업에 관여돼 있었다”면서 “두 사람의 지위와 연락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이 대표에게 위증 교사의 고의성이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또 “이번 판결은 좋게 말하면 ‘예민한’ 판단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좁고 기계적인’ 판단”이라면서 “2·3심 법원이 1심의 논리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법원 내에서는 “이번처럼 당사자 간 지위, 상황, 관계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논리를 구성할 경우 교사·방조 행위에 대한 인정 범위 자체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차장검사 출신인 박찬록 법무법인 해송 변호사도 “‘위증범은 유죄, 위증교사범은 무죄’라는 법원 결론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위증범에게만 유죄를 선고하려면 위증범이 위증으로 얻을 독자적 이익과 범행 동기가 있다고 인정돼야 한다”면서 “이번 사건의 경우 김진성씨는 위증을 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아무것도 없었고, 이 대표만 이익을 보는 구조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교사하지 않았다면 김씨가 홀로 처벌을 감수하면서까지 위증했다는 것인데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또 “법원은 ‘이 대표는 김씨와 통화 당시 김씨가 어떤 진술을 할지 알 수 없었다’고 하지만 이 대표는 김씨에게 변론요지서와 증인신문사항을 미리 보냈다”며 “암묵적으로 김씨에게 ‘특정 방향으로 증언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어떤 위증교사범도 ‘위증해달라’고 명시적으로 말하지 않는다”면서 “이 대표가 통화 중 ‘사실대로 이야기해달라’는 말을 하긴 했지만 이는 ‘양념’에 불과하고, 허위 증언 요청 목적이 있었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이번 판결을 두고 “형사 재판 피고인이 증인에게 유리한 증언을 유도하려는 행위가 더욱 빈번해질 것”이란 말도 나온다. 그간 피고인이 증인에게 직접 연락해 재판 상황을 설명하며 구체적 증언을 부탁하는 것은 금기처럼 여겨져왔다. 증인에게 거짓 증언을 요구했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로펌 소속 한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위증 교사가 성립하려면 증인에게 위증할 마음을 갖게 하거나 명시적·구체적 행위를 지시해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며 ”‘이 정도로는 증언을 유도해도 문제없구나’라고 생각하는 변호사들만 신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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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박광민 성균관대 명예교수, 박찬록 변호사, 이창현 한국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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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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