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와 국경 맞대 서방 우려
지난 13일 루마니아 대선 후보 TV 토론장에서 진행자와 악수하고 있는 무소속 컬린 제오르제스쿠(오른쪽) 후보. 지난달 여론조사에선 지지율이 6순위에 그쳤던 그가 25일 1차 투표 결과 깜짝 1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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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 대선 1차 투표에서 극우·친러시아 성향을 드러내며 EU(유럽연합)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를 비난해 온 무명 후보가 1위에 올랐다. 지난 24일 투표 결과 무소속 컬린 제오르제스쿠(62) 후보가 22.94%를 득표하면서 1위에 올랐고, 루마니아구국연합의 엘레나 라스코니 대표(19.18%)와 사회민주당의 마르첼 치올라쿠 현 총리(19.15%)는 각각 2·3위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8일 결선투표는 제오르제스쿠와 라스코니의 대결로 판가름 나게 됐다.
루마니아는 1989년 공산 독재가 종식된 뒤 EU·나토에 가입하며 서방 진영의 일원이 됐고,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그런데 집권 여당 후보가 대선 결선 문턱에서 탈락하고 친러·극우 성향 후보가 예상 밖 돌풍을 일으키면서 서방 진영에선 우려의 시선이 커지고 있다. 결선 진출이 좌절된 치올라쿠는 총리직 사임을 발표했다.
제오르제스쿠는1999년부터 2012년까지 루마니아 환경부에서 일한 관료 출신으로, 유엔 환경 국가위원회에서 루마니아 대표를 지낸 뒤 극우 정당 결속동맹 소속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그러나 2차 대전 당시 유대인 학살에 가담한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은 정치 지도자 이온 안토네스쿠를 영웅이라고 말했다가 당에서 제명당하는 등 여러 차례 구설에 올랐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제대로 된 지도자” “우크라이나는 본래 정식 국가가 아니다” 등 러시아를 두둔하는 발언을 잇따라 했으며, 2021년 인터뷰에서는 루마니아 남부에 나토의 미사일 방어 시설이 설치된 것을 두고 ‘외교적 수치’라고 말했다.
제오르제스쿠는 당초 여론조사에서 5% 안팎의 지지율로 주요 후보로조차 거론되지 않던 인물이었다. 그런 그의 깜짝 돌풍은 극심한 경제난에 따른 국민의 불만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CNN은 “EU에서 빈곤 위기가 가장 심각한 루마니아 국민들에게 제오르제스쿠의 경제 활성화 캠페인이 주효했다”면서 “틱톡을 활용한 선거운동도 활발히 펼쳤다”고 했다. 제오르제스쿠는 젊은 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소셜미디어 틱톡에 말 타는 영상 등을 올리며 인기를 끌었다. 그의 틱톡 팔로어는 27만여 명에 달한다.
다만 제오르제스쿠가 1차 투표에서 1위를 했지만 과반에 못 미치고, 2위와의 격차도 크지 않아 최종 당선을 장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2위로 결선에 진출한 라스코니는 부패 척결과 개혁 등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고 루마니아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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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휘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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