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새 싱글 곡 ‘넘버원 걸’을 발표한 로제. 더블랙레이블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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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예술인들은 대표적인 감정노동자다. 악플이나 루머의 표적이 되기 쉽고 얼굴이 알려져 사생활에도 제약이 많다. 대중적 자아와 개인적 자아가 늘 충돌하면서 내면의 갈등도 극심하다. 100점이나 정답이 없는 예술 세계에선 아무리 노력해도 만족하기 어렵고, 그런 탓에 대중들의 비판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K팝 아이돌에서 글로벌 아티스트로 성장한 로제가 미국 뉴욕타임스와 최근 한 인터뷰는 화려한 조명의 사각지대에 꾹꾹 감춰진 아티스트들의 고단한 내면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35분 분량의 팟캐스트로 지난 23일 공개된 인터뷰에서 로제는 아침 9시반 기상해 새벽 2시까지 보컬·댄스, 어학 훈련이 반복되는 연습생 과정이 얼마나 혹독한지 외부인들은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낙담할 때도 있었지만, 호주로 돌아가 친구들에게 실패한 과정을 설명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그를 단단하게 만들었고, 결국 “살아남았다”고 했다. 데뷔 초기 몇해가 어려웠지만 “실은 아직도 힘들다”며 이런 감정은 아마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로제는 K팝 문화에 대해 “우리는 모든 걸 완벽하게 보여줘야 하며 심지어 팬들과 온라인에서 소통할 때조차 그래야 했다”며 아티스트들은 상처받기 쉬운 존재이지만 감정이나 경험을 솔직히 털어놓도록 훈련받지 않았다고 했다. 로제는 다음달 12일 발매하는 첫 솔로 정규앨범(로지)을 “호흡(breathing)”이라고 설명했는데, 팬들이 모르는 분노, 상실감 같은 내면의 감정을 ‘숨 한번 크게 쉬듯’ 허심탄회하게 드러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는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여성 아티스트에 대한 괴롭힘을 겪어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 잠시 눈물짓기도 했다.
정규앨범에 앞서 지난 22일 공개한 싱글 ‘넘버원 걸’은 인정 욕구 강박에 시달리는 아티스트들의 심리를 솔직하게 고백한 곡이다. 인터넷의 악플들을 보느라 밤을 꼬박 새운 뒤 지었다고 한다.
“내가 필요하다고 그만큼 소중한 존재고/ 이대로 충분하다고 말해줘/ 그게 필요해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늦은 밤에 그런 말들이 너무 필요해” 로제의 고백과 눈물이 오늘도 무대에 서는 K팝 아이돌과 데뷔를 위해 땀 흘리는 연습생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겠다.
서의동 논설실장 phil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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