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국극제작소가 지난해 공연한 ‘레전드 춘향전’에 출연한 여성국극 배우 황지영. 여성국극제작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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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정년이’(tvN)가 꺼질 듯 말 듯 간신히 명맥을 이어온 여성국극의 불씨를 다시 지피고 있다. 웹툰 원작의 촘촘한 이야기에 김태리, 신예은, 정은채 등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가 더해진 드라마는 ‘정년이 신드롬’을 낳았다. 지난 17일 종영 이후에도 화제가 이어지면서 여성이 남성 배역까지 도맡아 연기하는 여성국극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국가유산진흥원은 여성국극 특별 공연 ‘한국 최초 여성 오페라, 전설이 된 그녀들’을 연장하기로 했다. 원래 다음달 3일 서울 민속극장 풍류에서 단 한차례만 공연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지난 15일 예매 시작 40여분 만에 전석 매진됐다. 이후에도 공연 연장 요청이 쏟아지자 결국 7일 오후 2시와 6시 두차례 공연을 추가하기로 했다. 1부는 여성국극 원로 배우들과의 대담, 2부는 여성국극 ‘선화공주’ 공연으로 구성한다.
여성국극제작소가 지난달 선보인 여성국극 ‘화인뎐’ 공연 장면. 여성국극제작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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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엔 신작 여성국극도 만날 수 있다. 여성국극이 쇠퇴기에 접어든 1960년대를 배경으로 남자 배역 전문 배우가 되려는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 ‘벼개가 된 사나히’다. 여성국극단 배우들의 꿈과 애환을 다룬다는 점에서 ‘정년이’와 닮았다. 여성국극제작소가 제작해 서울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8회 공연한다. 여성국극이 대체로 1~3회 단기 공연에 그치는 것에 견주면 이례적인 ‘장기 공연’이다.
195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다가 1960년대 급속히 사그라든 여성국극이란 장르 자체에 대한 재평가 움직임도 있다. 내년 2월엔 여성국극의 전승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가 개봉한다. 판소리의 전승을 담은 다큐 ‘수궁’을 전주국제영화제에 출품했던 유수연 감독이 기획·제작하는데, 배급사도 정해졌다고 한다. 서울 서초여성가족플라자는 오는 28일 여성국극의 독창성과 역사를 탐구하는 ‘무비 콘서트’를 열어 다큐 영화 ‘왕자가 된 소녀들’을 탐구한다. 2013년 개봉된 영화는 여성국극을 다시 돌아보게 한 불씨가 됐던 작품이다.
공공극장들도 여성국극에 눈을 돌리고 나섰다. 세종문화회관은 지난 7월 여성국극 1세대 조영숙(90) 명인이 출연한 ‘조 도깨비 영숙’을 무대에 올렸다. 여성국극 ‘선화공주’를 변형해 재구성한 작품이다. 안산문화재단은 여성국극제작소를 올해 상주예술단체로 선정해 지원했다. 문화예술위원회는 신작 ‘벼개가 된 사나히’를 창작산실 지원작으로 선정했다. 국립창극단은 지난해 창극 ‘정년이’를 선보였다.
여성국극제작소가 지난해 공연한 ‘삼질이의 히어로’ 공연 장면. 여성국극제작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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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꾸준히 여성국극을 이어온 여성국극제작소의 노력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은 지난달 고연옥 작가와 ‘이날치 밴드’ 베이시스트 장영규 음악감독 등이 참여한 신작 ‘화인뎐’을 공연했다. 지난 6월에도 ‘삼질이의 히어로’를 두차례 공연했다. 이들이 지난해 선보인 ‘레전드 춘향전’은 ‘93살부터 93년생까지’ 1·2·3세대 배우들이 함께해 눈길을 끌었다. 내년 상반기엔 과거 여성국극 가운데 하나를 복원하는 공연을 올리고, 하반기엔 여성국극에 나왔던 노래들만을 모아 별도의 콘서트도 연다. 박수빈 여성국극제작소 대표는 “드라마 ‘정년이’가 여성국극이란 장르를 사람들에게 알리는 데 큰 도움이 된 것 같다”며 “여성국극을 이어갈 수 있는 단원들을 모집해 꾸준히 작품들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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