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위협에… 멕시코 간 우리 기업들, 대응책 고심

삼성ㆍLGㆍ기아 등 진출
가격경쟁력 나빠져 수익성 악화
미 인접국 생산 전략 다시 살펴야
업계 "최종적으로 미국 내 유통사 및 소비자 피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멕시코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상당수 우리 기업들은 미국과 멕시코 자유무역협정(USMCA)에 따른 무관세 혜택과 미국 니어쇼어링(인접국으로의 생산기지 이전) 전략으로 현지에 진출해 있다. 멕시코산 제품에 대한 고관세가 현실화된다면 멕시코 생산기지의 이점이 사라지게 된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멕시코에 생산기지를 둔 국내 기업들은 제품 원가경쟁력을 분석, 관세 부과 이후 미국 내 공급되는 제품의 생산지 운영을 다각화하는 등의 방안을 논의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멕시코에 직접 투자를 통해 진출한 기업은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멕시코에 직접 진출하지 않은 기업도 거래 중인 현지 업체들이 미국 수출에 타격을 입는다면 연쇄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멕시코에 대한 무관세가 폐지된다면 관세는 고스란히 생산원가에 반영된다. 멕시코에서 제조시설을 운영하는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에 직격탄이다. 판매 가격 상승으로 미국산 제품과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도 높다. 미국 니어쇼어링 전략을 면밀하게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특히 멕시코는 최근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 과정 속 니어쇼어링의 최대 수혜지로 주목 받아왔다. 이에 한국 기업들은 완성차 및 부품, 가전 업체 등을 중심으로 대거 진출해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삼성전자, 기아 등 2000여개의 국내 기업이 현지에 공장을 짓거나 투자했다.

기아는 멕시코 누에보레온주에 몬테레이 공장을 갖고 있다. 미국에서 판매하는 프라이드(수출명 리오)와 K3 등을 멕시코 공장에서 만든다. 올해 8월 해당 공장에서 생산한 차가 200만대를 넘었다. 또 기아는 멕시코 공장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도록 일부 라인을 개조하는데 큰 비용을 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동차 및 전장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현대모비스는 현지 공장에서 기아 멕시코 공장으로 모듈과 램프류 부품을 납품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해 멕시코 코아우일라 지역에 전기차 구동모터의 핵심 부품인 구동모터코어를 생산 공장을 지었다. 이 공장에 2030년까지 16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LG마그나는 코아우일라 지역에서 구동모터와 인버터를 만들고 있다. LS이모빌리티솔루션은 두랑고 지역에서 전기차 부품인 EV릴레이와 배터리분리장치(BDU) 등을 생산한다.

LG이노텍은 산후안델리오에 증설 중인 공장을 내년 하반기 준공할 계획이다. 이곳에선 모터, 센서, 차량용 카메라 모듈 등을 만든다.

멕시코에 TV와 가전 공장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와 LG전자도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책을 마련 중이다.

자동차와 가전에 강판을 공급하는 포스코 역시 관세 부과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모니터링 중이다. 포스코는 멕시코에 용융아연도금강판 생산공장과 코일가공센터, 선재가공센터를 운영 중이다. 용융아연도금강판은 주로 자동차, 가전 등에 사용되며 해당 공장의 생산능력은 연 90만 톤(t)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멕시코 현지 최종 고객사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어 관세의 직접적 영향은 미미하지만 이번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멕시코를 생산기점으로 한 제조사(자동차, 가전 등)가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어 함께 면밀히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D.C./AP연합뉴스

현지 상황을 지켜보면서 투자 속도를 조절하는 기업도 있다. 북미 완성차 업체를 공략하기 위해 멕시코 생산법인을 설립한 삼성전기는 전장용 카메라 모듈 생산공장 설립을 미루고 있다. 트럼프 당선 이후 자동차 업계의 움직임, 관세 정책을 포함한 여러 가지 영향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부품과 완제품 대상 관세 부과는 곧 시장 내 제품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게 되는데, 이와 같은 일괄적 관세 부과의 최종적인 영향은 결국 미국 내 유통사와 소비자들이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관세 부과가 예고 단계인 만큼, 실제 발효 전까지 다양한 방향으로 대응책을 모색할 계획"이라 덧붙였다.

앞서 22일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기아, LG이노텍, 현대모비스 등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멕시코 진출 기업 간담회'를 열고 미국 신정부의 멕시코 통상 정책 변화에 대비해 우리 진출 기업들에 미칠 영향을 사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당시 정 본부장은 "멕시코는 멕시코 신정부뿐 아니라 미국 신정부의 통상 정책 변화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지역"이라며 "멕시코 연방정부를 비롯해 우리 기업들이 다수 진출한 주 정부와도 협력 채널을 구축, 가동함으로써 우리 기업의 경영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투데이/송영록 기자 (syr@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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