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관광지에서 여행객들로부터 '관광세'를 받고 있는 가운데, 영국 일부 지역에서도 관광세 도입에 대한 논의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 관광세 도입 논의 중인 영국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의 지방 의회 거의 절반가량에서 관광세로 불리는 의무적 추가 부담금 도입을 검토 중이다.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에서는 관광세 도입이 사실상 확정됐다. 에든버러는 내년 7월부터 모든 숙박객에게서 5%의 추가 부담금을 징수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연간 5000만 파운드(약 880억원)의 세수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영국의 첫 관광세 시행 사례가 될 전망이다.
스코틀랜드 하일랜드 지방 의회의 경우 내년 하순부터 모든 숙박객에 5%의 관광세를 매기는 방안을 상의하고 있다.
웨일스 자치정부도 25일 유럽 각국과 스코틀랜드의 사례를 참고해 자체적으로 마련한 관광세 도입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해진다.
영국이 이러한 관광세 도입하려는 이유는 해당 지역들 관광명소에 지나치게 많은 방문객들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현지 주민들의 삶이 침범당하고 있는데, 관광세를 걷어 주민들의 생활 편의시설 등을 개선하고 지역 내 관광산업을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현지 자선단체 '레이크 디스트릭트의 친구들'의 최고경영자(CEO) 마이클 힐은 "레이크 디스트릭트 주민은 4만명에 불과한데 방문객은 연간 1천800만명에 이른다"면서 이로 인해 오폐수 처리장을 비롯한 기존 기반시설들이 과부하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우리는 관광객에 반대하는 게 아니다"라면서 "일종의 관광세를 도입한 세계 모든 곳에서 오히려 관광객이 늘어났다. 그건 그 장소들이 이전보다 더 나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관광세 도입 국가는?
부탄, 인도네시아 발리, 이탈리아 베네치아 등 세계 여러 지역에서 이미 관광세를 도입해 시행 중이다.
부탄은 1991년 세계 최초로 관광세를 도입했다. 세금은 1박당 성인은 100달러(약 13만6000원), 어린이는 50달러(약 6만8000원)에 달한다.
인도네시아 발리는 환경 보호와 문화 보존을 위해 지난 2월부터 외국인 관광객에게 1인당 15만 루피아(약 1만3000원)의 관광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지난 4월부터 당일치기로 여행하는 관광객 중 주말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4시 사이에 도착하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관광세 약 5유로(약 7400원)를 징수하고 있다.
일본은 '국제관광자원세'라는 명목으로 모든 관광객들에게 출국세를 부과한다. 이 세금은 항공권 가격에 포함되며, 1인당 1000엔(약 9000원)이다.
한편, 한국에서는 아직 관광세 명목의 세금이 도입되어 있지 않지만 일부 지역에서 도입을 논의한 사례가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관광객 증가로 인한 환경 훼손과 쓰레기 처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환경보전기여금' 도입을 검토한 바 있다. 그러나 지역 주민과 관광 업계의 반발로 인해 실제 도입에는 이르지 못했다.
◇ '관광세' 찬반 의견
세계 여러 지역에서 관광세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찬반 의견은 나뉘고 있다.
관광세 도입을 찬성하는 측은 환경 및 지역 보호를 위해 이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잉 관광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 관광 품질 개선을 통해 지속 가능한 관광을 촉진하자는 것이다.
또한 관광객 증가로 인해 지역 주민이 부담하는 인프라 유지 비용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관광세가 이러한 주민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반면 관광세 도입을 반대하는 이들은 관광세로 인해 관광객들의 부담이 증가하면 관광객 유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우려한다. 특히 소규모 숙박업소와 자영업자들에게 관광객 감소는 생존 문제로 직결되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세금을 걷더라도 올바르게 사용되지 않거나 행정 비용으로 낭비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관광객 증가로 인한 과잉 관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0년부터 관광세를 도입했지만 주민들의 생활 여건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었다.
아주경제=박희원 기자 heewonb@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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