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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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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아시아에 중거리 미사일 배치할 수도"…北 후보군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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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러시아 극초음속 미사일 치르콘. 사진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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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미국의 중거리미사일 재배치 전략에 맞대응해 아시아 지역을 특정해 “중·단거리 미사일 배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중거리미사일 재배치를 거론한 게 처음은 아니지만, 최근 북·러 ‘불량 동맹’의 진화 속도로 볼 때 향후 북한이 후보지로 떠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러시아의 핵미사일이 한반도에 들어오는 건 한국에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수 있는데, 러시아가 한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차단하려는 의도도 깔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러시아 매체 리아 노보스티에 따르면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교차관은 25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유사한 (무기)체계가 아시아에 등장하면 러시아도 중거리와 단거리 미사일을 아시아에 배치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21일 우크라이나를 타격한 신형 중거리 탄도미사일 ‘오레니시크(개암나무)’를 거론했다. 오레니시크는 북한이 아직 확보하지 못한 ‘다탄두 개별 표적 진입체(MIRV)’ 기술을 적용한 무기 체계다. 랴브코프는 “미국 행정부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 탈퇴 등으로 인해 현재 국제적으로 러시아의 잠재적 미사일 배치에는 어떤 제한도 없다”고 강조했다.



다탄두 오레니시크 거론하며 "제한 없어"



INF 조약은 미국과 러시아(옛 소련)가 냉전 시기인 1987년 맺었다. 양 측은 사거리 500~5000㎞의 중·단거리 핵·재래식 미사일의 생산과 실전 배치를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트럼프 1기 미 행정부는 대중 억제력에 타격을 준다고 판단해 INF 조약에서 탈퇴했다.

이후 미국은 유럽·아시아 동맹국에 미사일 재배치를 속속 추진해왔다. 미·독이 지난 7월 장거리 화력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독일에 배치하겠다고 공동 발표한 게 대표적이다. 미 육군 태평양사령부는 올해 4월부터 필리핀 루손 섬에 중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중거리 미사일 체계인 ‘타이폰’을 임시 배치하고 있다.

당초 미측의 전략 변화를 공개 비판해온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를 적극 활용하는 모양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올해 6월 러시아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도 “미국이 유럽과 아시아에 중거리미사일을 도입한다면 러시아도 이를 어디에 배치할지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핵 미사일 北배치 ‘최악 시나리오’ 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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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월 6월 평양에서 정상회담 뒤 서명한 조약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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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이후 핵 사용 문턱을 대폭 낮춘 핵 교리도 수정했다. 러시아가 핵 탑재가 가능한 미사일을 아시아에 배치한다면 이미 전술핵을 배치한 동맹국 벨라루스가 유력한데, 북한도 후보지가 될 수 있다.

김영준 국방대 안전보장대학원 교수는 “러시아가 북한을 직접 거론한 건 아니지만, 굳이 아시아를 거론한 건 한·미 동맹처럼 ‘러시아도 북한과 여기까지 갈 수 있다’는 상징적·심리적 압박 효과를 노린 것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가 핵·재래식 미사일을 북한에 배치하는 건 한반도 뿐 아니라 인도 태평양 지역의 ‘힘의 균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또 한국 입장에선 북한의 불법적인 핵 미사일에 더해 합법적인 핵 보유국가인 러시아의 핵 전력까지 한반도에 들어오는 게 된다. 한·미 간 확장 억제를 기반으로 한 북핵 억제의 방향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다만 푸틴은 올해 3월 “북한은 자체 핵 우산이 있다”고 발언했다. 이는 북한에 직접 핵 전력을 제공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볼 수 있다.

현승수 통일연구원 부원장은 “러시아 측의 메시지는 핵 위협을 끌어 올리기 위한 또 다른 수사에 가깝다”면서 “시기적으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 지원을 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평가했다.



"한·우크라 지원 논의 차단 시도"



실제 랴프코프의 발언은 한·우크라이나 외교 당국 간 회담이 열린 날 나왔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25일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의가 열리는 이탈리아 피우지에서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교장관과 회담하고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동향, 한국의 대우크라이나 지원 등을 논의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정부는 러·북 군사협력의 진전과 우리의 안보에 대한 위협에 상응하는 실효적 조치를 단계적으로 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비하 장관은 “우크라이나 특사가 가까운 시일 내 한국을 방문해 관련 협의를 이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우크라이나는 조만간 한국에 루스템 우메로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을 특사로 한국에 보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조 장관도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특사 방한 시 의미 있는 협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미국의 새 행정부 출범 시 종전 협상이 시작될 가능성이 큰 가운데 러시아 입장에서 한국의 화력 지원은 막판 전세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러시아는 북한군을 동원해 우크라이나가 점령 중인 자국 영토 쿠르스크주를 탈환하기 위한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이유정·박현주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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