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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단독] 현직 민주당 구의원, 연구비 명목 혈세 빼돌려 지인 챙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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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의원 “정당한 절차 거쳤다… 법적 문제 없어”

관악구의회 최인호 윤리위원장 “탄핵 절차 나설 것”

조선일보

서울 관악구 관악구의회 청사. /관악구의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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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소속 현직 구의원이 브로커를 통해 소개받은 업체와 연구 용역을 체결한 뒤 해당 업체에 지인을 취직하도록 소개해 연구비 명목으로 집행한 세금 최소 수백만원을 빼돌리기로 모의했던 것으로 26일 나타났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현직 관악구의회 A 의원은 2022년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에게 지급할 목적으로 브로커에게 알선받은 한 업체와 연구 용역을 체결, 급여 명목으로 지불되도록 기획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인 B씨는 해당 업체 연구원으로 취직한 뒤 급여 명목으로 세 달에 걸쳐 700만원을 수급했고, 곧바로 일을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국회의원 9급 비서관 출신으로, 2021년 12월 여자친구와의 성관계 장면을 촬영·중계한 사실이 알려지자 사직했다.

A 의원은 2022년 8월 ‘쓰레기 문제 연구회’ 명목으로 구의회 예산 3500만원을 집행 받아 이 중 1000만원 상당을 B씨에게 건네주기로 모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A 의원은 브로커와 나눈 통화에서 “국회에서 일하다가 그만둔 친한 후배 1명이 있다. 그 친구를 챙겨주려 한다. 연구원으로 집어넣어야 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연구원으로 들어와서 돈을 주는 거 말고 다른 방법으로는 돈을 넘길 수가 없을 것 같다. 페이백을 현금으로 직접 받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며 B씨를 업체 연구원으로 등록, 인건비 형식으로 세금을 빼돌리기로 모의했다. A 의원은 2022년 6월 지방선거에서 낙선한 일부 동료 의원에게도 이같은 제안을 했으나 실행에 옮겨지지는 않았다고 한다.

A 의원은 B씨에게 돌아갈 구체적인 액수를 업체와 논의하기도 했다. A 의원은 “내가 이게 어느 정도가 되는 건지를 모르니까. 업체에서 (전체 예산의) 20%를 제안 했는데 30%로 해달라고 했다. 대신 의원들 끌고 다니면서 먹이는 식비·버스비·강사비 이런 건 다 자체 예산으로 하기로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람이 갖고 있는 도덕감이라고 하는 거는 다 다르다. 조금 부정해보일 수 있어도 내가 가져가는 게 아니라 내 주변에 있는 사람 먹여 살리는 거면 나는 할거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방식으로 추후 또다른 지인들을 챙겨줄 방안을 논의한 정황도 드러났다. A 의원은 “지금 이게 가능하다는 거를 주변에 있는 사람들한테 막 전파를 하는 중이다. ‘우리가 이만큼 빨리 준비해가지고 지금 어떻게까지 됐어.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은 빨리 정신차려’라고 얘기를 하는 중이다. 다른 의원들에게는 학술연구용역 물어오라고 다 얘기했다”고 했다.

예산 집행이 끝난 이후 해당 업체 대표는 브로커에게 소정의 대가를 지불하기로 약속하기도 했다. 2023년 1월 업체 대표는 브로커에게 “실제로 그 의원(A 의원)한테 1000만원을 ‘백’ 해주고 일이 엄청 빠듯했어. 실제로 남는 게 없거든. 솔직히 말하면. 그런데 어쨌든 네(브로커)가 애써준 거 고마워서 내가 많이는 못 주고 50만원 정도만 챙겨주려고 해”라고 했다.

이에 대해 A 의원은 “(B씨는) 정식 채용 절차를 거쳐 입사했고 일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아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A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선거에서 떨어지거나 쉬고 있는 청년 정치인들이 합법적으로 먹고 살 수 있는 수단을 생각했던 건 사실이다. 사적 욕망을 드러낸 것 같아 부끄럽다”면서도 “충분히 경력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가능한 추천이라고 봤다. 제가 사적으로 돈을 편취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고 했다.

최인호 관악구의회 윤리위원장은 “A 의원은 관악구민의 세금으로 지인의 생계에 도움을 주려고 했다. 이는 주도면밀한 계획에 따라 이루어진 세금 횡령 범죄”라고 밝혔다. 이어 “A씨는 부당하게 취한 세금을 반납해야 한다”며 “조만간 기자회견을 열고 A 의원의 횡령 혐의를 고발하고, 탄핵 절차에도 나설 방침”이라고 했다.

[서보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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