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각) 레바논 베이루트 근교 다히예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연기와 불꽃이 피어오르고 있다. 다히예/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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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휴전이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내각이 26일(현지시각) 회의를 열어 승인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단언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미국 매체 액시오스는 25일(현지시각) 4명의 미국과 이스라엘 고위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레바논 정부가 참여하는 휴전이 임박했다며 26일 이스라엘 내각이 이를 승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도 이스라엘 관계자를 인용해 휴전안 승인을 위해 내각이 소집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레바논 국영 언론 엔엔에이(NNA)도 엘리아스 보우 사브 레바논 의회 부의장이 협상 관련해 “결정적 순간에 접근하고 있다”며 “곧 명확해질 것이다. 다만 네타냐후와 같은 사람을 상대할 때는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다. 전장은 여전히 그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소이고 공격의 대가는 그에게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25일 보도했다.
이번 휴전안은 미국이 제시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중동 특사인 아모스 호흐스타인 백악관 선임고문은 19~21일 레바논과 이스라엘을 연달아 방문해 앞서 미국이 제시한 휴전안을 논의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앙쪽은 60일 동안 휴전하고 2006년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701호에 따라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에서 철수하고, 헤즈볼라는 레바논과 이스라엘 국경에서 25㎞ 떨어진 리타니강 북쪽으로 철수하는 내용이다. 철수하는 동안은 레바논군과 유엔평화유지군(UNIFIL)이 주둔한다. 또 이행을 감시·관리하기 위한 미국 주도의 위원회를 설치하는 안이다.
지난해 10월7일 가자전쟁이 발발하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연대하는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북부 지역 공격이 간헐적으로 이어졌다. 지난 9월 중순부터 이스라엘이 가자전쟁에서 헤즈볼라와의 전투로 전선을 확대하면서, 무선호출기(삐삐)·무전기 폭발에 이어 지상전까지 레바논 남부 헤즈볼라 거점 지역뿐 아니라 레바논 전역이 이스라엘군에 의해 공격당했다. 레바논과 하산 나스랄라 사무총장과 나스랄라의 사촌이자 후임 지도자로 유력했던 하셈 사피에딘까지 폭사하면서 위축된 헤즈볼라와 레바논이 먼저 휴전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휴전안을 받아들일 것인지 마지막 키를 쥐고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달렸다.
액시오스는 22일 국제사법재판소(ICC)가 네타냐후 총리 등 가자전쟁 관련자들의 체포영장을 발부했을 때 휴전 협상이 위기를 맞았다고 짚었다. 합의가 끝나가던 때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네타냐후 총리가 격노했고, 과거 레바논 식민 통치를 하며 지금까지 영향력을 행사해 온 프랑스가 국제사법재판소 판결을 이행하겠다는 취지로 말하고, 또 레바논도 이 휴전안의 이행 감독에 프랑스가 참여하기를 원하면서 결렬 위기에 놓였다고 한다.
이후 미국이 당근과 채찍을 사용해 이스라엘 설득에 나섰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스라엘이 휴전 승인에 다가간 것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유엔안전보장이사회를 움직여 결의안을 이끌어 이스라엘을 처벌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또 조 바이든 대통령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전화해 프랑스가 국제사법재판소의 체포영장 이행에 대해 다소 모호한 태도를 담은 두번째 입장 발표를 내게 하는 동시에 마이크 헤르초크 주미이스라엘 대사를 통해 만약 휴전안에 서명하지 않을 경우 아모스 호흐스타인 특사가 사임할 것이라고 위협했다고 액시오스가 전했다.
25일(현지시각)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유대인 주도의 친팔레스타인 집회에서 친이스라엘 시위대가 친팔레스타인 활동가들과 대치하고 있다. 멜버른/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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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휴전이 최종 성사되기까지 남은 변수는 있다. 네타냐후 내각에 참여하고 있는 극우파들의 움직임이다. 극우 정당 오츠마 예후디트당(유대인의 힘)의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부 장관은 25일 “레바논과의 합의는 큰 실수이다. 헤즈볼라를 근절할 역사적 기회를 놓쳤다”며 “헤즈볼라가 패배하고 휴전을 갈망하고 있을 때 멈추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승리할 때까지는 합의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스라엘은 휴전 협상 와중인 지난 주말에도 레바논 베이루트 인근에 헤즈볼라 사무소가 있다며 공격을 이어가 최소 20명이 사망하고 66명이 부상을 입었다. 25일에도 베이루트 남부 다히예 지역을 공습했다. 이때문에 휴전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여전히 의구심이 남아있다.
헤즈볼라와의 휴전이 성사되더라도 가자지구 전쟁은 계속된다. 이스라엘 매체 하레츠는 네타냐후가 레바논 전쟁을 멈추다면 가자 전쟁에 집중할 수 있다는 이익이 생길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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