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0월14일 중구 한은 본점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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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안정이냐, 경기 회복이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28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어 올해 마지막으로 기준금리의 향방을 결정한다. 부동산시장의 움직임과 꺾이지 않는 가계대출에 고환율까지 금융안정에 방점을 둔다면 동결에, 내수 진작 등 경기 대응에 무게를 둔다면 지난 10월에 이은 금리 인하에 힘이 실릴 수 있다.
거시 경제 환경은 금리인하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경제는 내수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가운데 3분기 이후 수출마저 둔화세를 보이며 경기가 빠르게 하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한국은행은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 분기 대비)이 0.1%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2분기 역성장(-0.2%)에서 반등하긴 했지만 수출과 건설의 부진으로 전망치(0.5%)를 크게 밑도는 사실상 정체 수준이었다. 이에 국제통화기금(IMF) 등 기관들은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하향 조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유가 하락 등에 힘입어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2개월 연속 관리목표를 밑도는 1%대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통위가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3.50%→3.25%) 내리면서 3년2개월 만에 통화정책의 방향 전환을 한 데 이어, 추가적인 금리 인하 환경은 조성된 셈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직 불씨가 남아있는 가계부채와 최근 치솟은 환율 등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대출 한도 제한 등 규제가 시행된 뒤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세는 둔화하는 모습이지만, 최근 들어 2금융권 중심으로 가계대출 증가세의 불씨가 옮겨붙는 모양새다. 실제 지난 10월 1·2금융권의 합산 가계대출은 6조6000억원 늘어나면서 9월(5조3000억원) 증가폭보다 확대됐다. 신한투자증권(안재균)은 “10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3조5000억원으로 9월(6조1000억원) 대비 둔화했지만, 금융안정의 중요도까지 낮아진 건 아니다. 연속 금리인하 땐 간신히 안정되기 시작한 주담대 증가 속도를 다시 높일 수 있다”며 동결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크게 오르며 외환시장의 위험성이 커진 상황도 동결에 무게를 보탠다. 지난 10월 금통위에서 인하 결정을 할 당시만 하더라도 1300원 중반이었던 환율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 이후로도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1400원대를 넘나드는 상황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상대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원화 가치 절하 폭은 크다. 미중 무역분쟁과 위안화-원화 상관관계를 생각하면 외환시장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한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도 “다음 금통위에서 환율이 새로운 고려 요인으로 들어왔다”며 환율 변동성에 주목하는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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